[미래포럼]정보통신 기술, 효율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미래포럼]정보통신 기술, 효율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1994년 KT가 아시아 최초로 상용인터넷인 KORNET 서비스를 상용화한 이후 우리나라 인터넷 및 정보기술(IT) 발전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그 당시 KORNET 상용화 일을 하고 있으면서 KT 최초의 웹서비스와 텍스트 기반 네비게이터인 고퍼(gopher) 서버를 운영하던 기억이 새롭다. 22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정보네트워크는 유무선 인프라와 함께 스마트 디바이스와 미디어 발달로 우리 몸속 뇌세포의 연결처럼 복잡해졌다.

흔히 IT 발전은 연간 두 배씩 성능이 향상된다고 한다. 22년이면 419만4304배나 성능이 좋아진 것이다. 실제 초기의 인터넷 백본 속도가 56Kbps였는데 현재 백본속도가 10Tbps, 일반 사용자 모뎀으로 9.6Kbps에서 기가인터넷을 사용하게 됐으니 최소 백만 배는 빨라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너무 성과 위주 발전만을 추구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삶의 질도 높아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통신미디어 발전으로 우리는 새로운 위협 요인에 당면하고 있다. 개인과 국가의 보안, 사이버 테러, 사생활 침해, 악성댓글(악플), 인터넷·게임 중독, 불법콘텐츠, 청소년 보호, 정보 격차 등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는 인터넷 탄생에서부터 고려된 사항이 아니었다. 이메일 가운데 스팸이 70%를 차지하며, 심지어 마약이 거래되고 있거나 테러리스트가 인터넷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로 포장된 범죄가 선량한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기도 한다.

근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성찰과 대안으로 `밝은 인터넷(The Bright Internet)` 연구와 운동이 시도되고 있다.

밝은 인터넷은 근래에 세계정보시스템학회(AIS) 회장으로 선출된 이재규 KAIST 교수의 제창으로 시작됐다. 이 연구에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및 국제정보처리연합(IFIP) 등 국제기구와 해외 학자, 국내의 한양대·고려대·연세대 등의 학자와 산업계 및 정부기관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인터넷 문제를 발송자 책임 원칙, 배달자 책임 원칙, 확인 가능한 익명성 원칙, 국제 디지털 조사 원칙, 인터넷 평화 원칙,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 등 근본적으로 가해자가 책임지는 인프라로 바꾸자는 것으로 구성되고 있다.

그동안 방어와 사후 성격의 침해 및 보안시스템에서 가해자가 책임지는 신뢰 기반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서비스 상당 부분은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유로운 표현, 정보와 지식 공유가 향상됐다.

그러나 반대로 범죄에 악용되거나 국민 안전과 보호에 대한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평상시에는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문제시 되는 상황에서는 가해자를 추적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혜롭게 잘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 정책, 기구와 국민과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표현의 자유, 공유정신에서 시작한 인터넷 정신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차세대 인터넷으로의 대안으로 발전돼 관련 기술과 함께 국제 합의를 도출, IT로 인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관련 산업 창출을 우리나라가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ggl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