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애플코리아 조사 방해에도 `속수무책`

공정위 애플코리아 조사 방해에도 `속수무책`

애플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를 방해했지만 처벌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조사업체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사건처리 3.0`이 걸림돌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가 애플코리아 불공정 행위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조사 방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국내 이동통신사와 불공정 계약을 맺은 혐의로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애플코리아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애플코리아는 담당자가 공석이라거나 관련 자료가 없다는 식으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자료열람 요구를 기업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폭 넓게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전산자료 공개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 애플코리아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사실 여부 확인에 협조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조사 방해가 분명하지만 막상 처벌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기업은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사건처리 3.0`을 악용, `수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건처리 3.0은 피조사업체의 절차상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위가 마련한 사건 처리 절차 개혁 방안이다. 피조사 업체의 권익 보호, 조사 절차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사 절차 규칙 등을 담았다.

사건처리 3.0을 두고 공정위 내에선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하는 입장에서 사건처리 3.0은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건처리 3.0은 공정위에 불리하고 피조사 업체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문상 범위를 벗어난 조사를 피조사 업체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법 위반 사례 추가 적발을 원천 봉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애플코리아의 사례처럼 피조사 기업의 신청이 있으면 조사 전 과정에 변호인 참여를 보장하도록 한 부분은 악용 소지가 있다.

조사 공무원의 위압 조사 등 규칙 위반이 발견되면 벌칙을 부과하도록 한 것도 소극적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장 조사를 마친 후 공정위 담당 과장이 피조사 업체에 전화를 걸어 애로 사항을 듣도록 한 것도 비슷한 문제를 유발한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장일단이 있다”면서 “사건처리 3.0은 조사가 미흡해질 수 있겠지만 국민과 기업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사건처리 3.0 주요 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사건처리 3.0 주요 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