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연구기관의 자율과 책임

[관망경]연구기관의 자율과 책임

올해는 유난히 덥다. 연일 폭염에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지난주 연구원을 만나러 들른 지역의 한 연구실에서 깜짝 놀랐다. 연구실이 찜통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냉방 실내온도를 섭씨 28도에 맞춰야 하는 게 이유였다.

이 연구원은 “실험실은 항상 일정 온도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시원하지만 개인 연구실은 냉방이 안 돼 무척 덥다”면서 “연구실보다는 대부분 실험실에 가 있곤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더위는 가시지 않았고, 무더위에 연구 효율이 떨어지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연구소가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를 받으면서 나타나는 일이다.

연구 인력 운용도 마찬가지다. 당장 인공지능(AI)이 상반기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연구기관이 AI 신진 연구자를 채용하기에는 기획재정부의 `인력 제한`으로 쉽지가 않다. 고령화된 행정·연구 인력에 대한 출구 전략과 인력 운용의 독립성 없이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열악한 비정규직·학생연수생 문제도 사라지지 않는다. 공공기관과 같은 잣대로는 연구의 효율이나 자율성을 확보하기 힘든 구조다.

과학계를 대표하는 의원들은 연일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먼저 연구원 일부를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하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도 출연연 `연구목적기관 지정법`을 발의했다.

과학계를 공공기관과 같은 잣대로 옥죄어 찜통 속에서 연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전문성 축적이 힘든 비정규직 연구자로 채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연구기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다만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연구자에게 주는 자율권이 방만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연구 기관이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모럴해저드를 막을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자율과 책임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