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신 자국보호주의 특허 장벽

[미래포럼]신 자국보호주의 특허 장벽

중소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지워지지 않는 바코드 라벨을 개발, 전 세계로 국제특허를 출원하면서 느낀 이야기다. `특허괴물`은 많은 언론에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특허를 이용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말한다. 특허괴물(공격형 NPE)이 남의 얘기 같고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면에는 선진국의 무서운 특허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놀라울 것이다. 5년 전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일본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일본 기업 담당자의 첫 한마디가 “우리는 글로벌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귀사에서 공급하는 제품에 특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해를 보증해 줄 수 있느냐”였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글로벌 기업들은 제품의 질보다 더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특허이며, 특허의 중요성을 매우 심각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단편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몇 년 전 핸드폰으로 삼성과 애플이 특허 침해 소송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후 대기업은 방어형 NPE(Non Practicing Entity: 지식재산관리회사)와 협약을 체결해 대응책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대응에 무방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무기로 상대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전 세계가 급속히 공동 경제권으로 단일화돼 관세 장벽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FTA를 통해 세계 경제가 하나로 통일되면 겉으로 보기에 관세가 철폐돼 자유로운 교역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해지던 보복관세, 반덤핑관세 등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의 기본은 특허권자에게 개발 노력에 따른 보상을 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일방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한쪽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없어서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특허괴물의 공격은 아주 강력한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허괴물의 무분별한 소송은 기업의 기술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자국 기업과 타국 기업 간 특허 소송이 발생했을 때 국가 입장에서 본다면 자국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정되기를 바랄 것이다. 여기까진 애국심에 따른 자국 보호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도 반론을 펴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특허괴물의 소송이 특허, 저작권, 실용신안 등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선진국에 매우 유리한 무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특허괴물의 소송이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특허괴물은 소송 기법, 노하우가 쌓일수록 점점 단단해지고 조직화될 것이다. 특허괴물이 미국 이외 국가의 중소기업에 특허 공격을 가한다면 프로 팀이 아마추어 팀과 축구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를 선택하고,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를 몇 년째 밀어붙이는 것은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실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선진국들은 특허, 저작권, 실용신안 등 앞으로 더욱 강력하고 드러나지 않는 방법을 이용해 규제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허관세`라는 새로운 단어로 부여할 수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 공격을 해 오던 특허괴물들의 소송 건수가 대기업들이 방어형 NPE를 구축함에 따라 줄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국내 중견·중소기업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 국내법이 점차 징벌성 손해 배상 추가 쪽으로 검토되는 상황에서 징벌성 손해 배상이 법으로 명문화된다면 한국은 먹잇감을 찾는 특허괴물의 공격을 더 빠르게 받게 될 것이다.

선진국은 지식재산권과 특허괴물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무역 장벽인 특허관세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우리는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 중견·중소기업은 특허괴물로부터 공격당하기 전에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의조 투테크 대표이사 sanma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