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지금은 전문가들의 깊은 경험과 연결이 필요한 시대

[과학산책]지금은 전문가들의 깊은 경험과 연결이 필요한 시대

중국 공학한림원으로 불리는 중국공정원이 상하이시,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와 공동 주최한 `기계·수송기계공학 과학기술 2035 발전전략 포럼(상하이포럼)`이 지난 8월 열렸다. 상하이포럼은 지난해 11월 항저우에서 `중국혁신설계대회(이하 항저우대회)`를 개최한 `국제공학과학기술전략고급포럼`의 세부 연구 주제를 뽑았다. 기계, 항공·우주항공, 해양운송기계, 자동차, 궤도교통, 종합운송, 적층제조, 로보틱스, MEMS 등 10개 기술 영역에서 앞으로 20년 동안의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 방안과 도전을 토의하는 것이 목표였다.

나는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등 전문가들과 함께 중국 측 초청으로 참석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중국과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중국인 학자였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공정원 원사, 60대 이상 연세 지긋한 원로였다.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였는지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영어 통역을 붙인 중국어로 진행됐다. 포럼은 첫날 저녁식사 후 47명이 모인 가운데 1시간 30분 동안 5명의 전문가들이 발제하고 토론한 `장비제조기술의 현황과 전망` 원탁회의부터 시작됐다. 둘째 날 오전에는 혁신사업가 양성의 필요성, 제조를 뒷받침하는 측정학(Metrology), 심해공학(Deep-Sea Engineering), 2030년 이후 항공과학기술 예측, 해양장비기술의 2030년 트렌드 등 5개 주제 기조강연이 있었다. 오후에는 기계공학, 항공·우주항공 장비, 해표면운송(Surface Transport) 3개 세션으로 나눠 26명이 발표하고 종합토의 방식으로 끝났다. 발표 하나하나는 중국의 산업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학자들의 활동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대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진행되는 세부 연구 내용과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전망하는 내용이었다. 참석자들도 인접 분야에서 연구되는 내용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무엇일까. 중국공정원은 항저우대회에서 4년 동안 연구해 작성한 `혁신설계를 대폭 발전시키기 위한 건의` 보고서를 중국 국무원에 제출했고, 혁신설계는 `중국제조 2025` 기획에서 국가혁신구동발전략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됐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전략 2035 수립은 중국공정원에 맡겨진 미션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공정원 원사들은 각 세부 분야에서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포럼에 참석하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20년 후, 즉 2035년 중흥전략을 세우고 있는데 우리의 장기 계획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중국은 미래 과학기술전략 수립을 위해 중국 내외 저명 학자들의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는 한편 해외에서 초청된 이들도 중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거대 시장이라는 매력 때문에 기꺼이 응하는 것 같다. 셋째 과학기술계에서 깊은 경험을 쌓은 연구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유로운 방식의 토의 마당이 필요하다. 연구 현장의 디테일, 즉 좀 더 구체화되고 견고한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R&D)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사유 체계는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넷째 미래 예측과 대비 전략은 다양한 관련 분야 학자, 전문가 모임에서 활발한 의견(경험) 개진과 `합의`로부터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인접 분야나 타 분야에 열린 마음은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가 참석한 상하이포럼과 같은 소규모의 순수한 기술 포럼은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각국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전략 수립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각자의 R&D 경험을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녹여 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연구자와 사업가들도 로봇, 인공지능(AI), 스마트 등 현재 핫하게 `뜨는` 분야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다가올 변혁을 어떻게 대응할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김홍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소장, hskim@ki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