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법이 많아질수록 백성은 가난해진다

[데스크라인] 법이 많아질수록 백성은 가난해진다

“법령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형벌로 나라 질서를 유지하면 백성은 법과 형벌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덕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예로 나라 질서를 유지하면 백성은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착하게 살고자 한다.”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노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법령이 많아질수록 도둑도 많아진다”고 했다.

사마천도 “법이 통치의 도구이긴 하지만 백성의 선악, 청탁까지 다스릴 수 있는 근본 장치는 아니다. 법망이 가장 치밀하던 때에 간교함과 속임수가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옛 성현들이 남긴 가르침이 수천 년을 지나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에는 연일 관련 문답풀이가 이어진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요 포털 메인 화면을 장식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보낸 5000원 커피 쿠폰`이다. 내용은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감사 표시로 보낸 커피쿠폰 5000원은 직무 관련성이 있으므로 부정청탁`이라는 것이다.

충북도교육청이 오는 28일 부정청탁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 궁금해 하는 사안을 `Q&A`로 정리해 배포한 자료에 포함된 해석이다. 이 시점에서 법 제정의 취지도 한번 돌아보자.

과연 대상이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보낸 5000원짜리 커피 쿠폰이었을까. 물론 상식선상의 법 해석으로 볼 때 충북도교육청의 `Q&A`는 과잉 해석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에 법의 함정이 있다.

일단은 법 시행 초기에 모든 사회 주체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서 온갖 눈치를 보며 법망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할 것이다. 각 기업이나 법 적용 대상자 사이에는 공식·비공식으로 법을 피해 가기 위한 다양한 꼼수가 등장한다.

성현들이 말했듯이 법망이 치밀할수록 이를 피하기 위한 간교함과 속임수는 더 늘어 간다. 법을 아는, 또는 힘 있는 이들은 교묘히 피해 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법망에 걸려 `재수가 없어서`나 `힘없는 놈만`이라는 울분을 토해 낼 게 자명하다.

최근 진위 여부를 떠나 이른바 `지도층`의 일탈 소식이 넘쳐난다. 그들의 일탈 행위가 법이 없어서인지 법 적용 형평성 문제인지 부정청탁 방지법 시행을 두고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좋은 법을 만들고 그 법이 제대로 적용되면 힘없는 이가 억울할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옛 성현들이 하나같이 얘기했듯 법이 없어 범법자가 느는 건 아닌 것 같다.

공자 말대로 모든 사회 구성원, 특히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부터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사회가 된다면 온 나라가 `(부정청탁 방지법이 아닌) 김영란법`에 들썩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을 OECD 회원국에서 규제가 엄격한 나라 가운데 네 번째로 지목했다. 필요 없거나 불명확한 규제나 법이 많을수록 힘없는 이들은 누군가를 찾아가 밥을 사고, 선물을 주며 문제 해결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부끄러운 시간과 비용도 따른다. 새로운 법 제정은 신중해야 하고, 불필요한 규제와 법은 걷어 내야 하는 이유다.

`법이 많아질수록 백성은 가난해진다`고 했다. 요즘 삶이 많이 팍팍하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