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특허, 소프트웨어 혁신의 열쇠

구글 인공지능(AI) 시스템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바둑 대전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AI가 세계를 지배하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AI가 발전하면 막연한 불안감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다른 한편 AI가 가져올 산업 구조 발전과 새로운 기회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된다.

정부는 최근 AI를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증액 및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AI의 핵심은 소프트웨어(SW)다. 세계 최고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은 대만 기업 팍스콘이 만든 하드웨어(HW)에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SW 업체다. 자율주행자동차 등장으로 HW 중심의 자동차 산업도 SW에 의존하는 산업으로 개편된다.

한국은 이제 어떻게 SW 역량을 강화하는가에 따라 미래 지속 성장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W 기술은 창의와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다. 교육부터 기업 문화, 정부 지원정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환경을 필요로 한다.

SW 기술을 둘러싼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 핵심은 특허다. SW 관련 특허 창출·보호·활용을 위해 우리 기업과 정부, 법원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15세기 상업자본주의의 꽃을 피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세계 최초로 특허제도가 탄생했다. 18세기 제임스 와트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에도 기술 혁신에 일정한 경제 이익을 보장해 준 영국 특허제도가 기여했다.

미국은 1970년대 들어 일본 제조업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 가다가 1980년대에 특허권 보호를 위해 기술 혁신의 불씨를 되살렸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우리나라 정보통신(IT), 인터넷, 게임업계를 보면 특허권 취득과 기술 혁신 및 기업 성공이 상호 비례한다.

SW 기술은 기업의 오랜 투자와 노력의 산물이다. 특허 출원을 통해 비로소 회사의 독점 자산 가치를 지닌다. 정부는 기업 특허 출원을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기업 권리 보호를 위한 선제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허권 집행은 철저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 특허권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효과 높은 SW 혁신이 가능하다.

경쟁업체 간 특허권 침해 분쟁은 제도 취지를 살려 특허풀(patent pool)이나 상호실시허락(cross licensing)과 같은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특허심사는 심사관이 기준을 자의로 적용하지 않도록 일관된 심사가 필요하다. SW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빠르고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특허심사는 HW 발명과 SW 발명 간 차이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SW 기술은 돌이켜보면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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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은 SW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 기업이 특허심판원 공정성과 전문성을 신뢰하도록 심판관 자격과 심판 절차 선진화를 모색해야 한다. SW 특허권 침해가 인정되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충분히 산정해야 한다.

법원이 예측 가능한 명확한 기준으로 배상액을 인정할 때에만 비로소 기업이 SW 관련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관련 투자를 과감히 늘릴 수 있다.

특허권 보호, SW 기술 혁신, 관련 특허출원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국내 SW 분야 기술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석이다. SW 기술 개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다.

기업과 특허청, 법원도 SW 기술 권리화와 특허권 보호를 위한 인식 전환 및 관련 기준 정비를 서둘러서 SW 경쟁력 강화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게임법과정책학회장) sjjo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