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걱정, 그리고 희망

[데스크라인]걱정, 그리고 희망

“나는 미래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곧 닥치기 때문이다.”(I never think of the future. It comes soon enough.)

우주 만물의 상대성까지 파고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는 뭐든, 어떻게 하든 이미 결정된 대로 닥쳐올 것으로 믿는 결정론자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되는지 증명하고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를 연구한 사람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곧 닥쳐올 것이지만 지금 몰두해서 원인과 방법을 찾는다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얘기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주 먼 미래에도 통용되는 대이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산업·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어쩌면 예견된 여러 시나리오의 하나일 수 있지만 시기상으로는 너무 빨리 닥쳤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위기를 잘 헤쳐 왔다. 위기는 국가든 사람이든 기업이든 더 튼튼하고 발전 지향으로 개조시킨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분명히 되짚어 볼 것이 있다. 국민성, 자존감, 국가 능력치 등 모든 것을 합쳐 복합해서 따졌을 때 우리나라의 위기 대처 능력은 정말로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가 위기 분석과 원인 파악에 그만큼 철저하고 완벽했는지 따졌을 때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결과에 광분한다. 원인 분석이나 과정, 해결 방식은 등한시한다.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되고, 결과가 나쁘면 어떤 것도 용납이 안 된다. 과정을 기억하고 학습하지 못하니 다음 위기가 찾아오면 또 허둥대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무한 반복이다. 지금까지는 슬기롭게 극복해 왔지만 앞으로 이런 요행이 계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원인을 찾는 기간만큼은 집요하고 진중했으면 한다.

다각도의 넓은 시각과 접근법으로 문제에 다가서려고 하는 노력은 좋다. 하지만 너무 호들갑스러울 때가 많다. 정치권은 이런 호들갑스러움에 가벼움까지 더한다.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요즘 삼성전자·현대차 문제를 들어 자신들이 마치 의사나 되는 양 처방전을 던진다. 큰 물줄기를 잡기보다 자꾸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다.

이번만큼은 갤럭시노트7 기기 이상이 부품 불량인지 시스템 불안정에서 온 것인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 현대차도 엔진에 왜 결함이 생겼는지 제조상 오류, 공급망 등을 샅샅이 뜯어 봐야 한다. 그래야 위기의 악순환을 겪지 않는다.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조용히 분석을 지켜봐 주는 진중함과 끈기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은 중요 제품 하자가 생기면 1년이고 2년이고 원인 파악에만 매달린다. 국민들도 원인 파악 기간에 기다려 줄 줄 알고, 그 결과를 수용한다.

우리는 지금 얼마나 깊은지 모르는 위기 앞에 섰다.

IMF,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보다 더한 어려움에 빨려들 수 있다. 말한다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국의 복합 위기일 가능성이 높다.

근거 없는 낙관은 안 된다. 그렇다고 아주 절망할 일도 아니다.

철저한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문제 해결, 그 과정에 대한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그 기회다.

곧 반드시 올 미래지만 지금 해야 할 것은 철저함이 먼저다. 그래야 걱정하던 미래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