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전 잘 있어요" 72년만에 배달된 2차대전 포로의 엽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끌려간 이탈리아인 포로가 쓴 엽서가 72년 만에 가족에게 전달돼 화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코모에서 이탈리아어 교사로 일하는 발렌티나 로마노(42)는 최근 길에 떨어진 엽서 한 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사용한 독수리 소인이 찍혀있었다.

발렌티나는 곧 이 엽서가 이탈리아인 포로였던 로베르토 비앙키가 2차 대전이 한창인 1944년 폴란드 브레슬라우의 나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부모와 조부모에게 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랑하는 부모님`으로 시작하는 엽서에는 자신의 생존 소식을 알려 부모를 안심시키려는 로베르토 마음이 잘 드러났다.

로베르토는 엽서에 “긴 침묵 끝에 제가 육지에서 일하는 다른 현장에 있다는 것을 알려드려요”라며 “현재 시골의 농가에 살고 있고, 먹을 것도 많으니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전 잘 있어요”라고 적었다.

발렌티나는 엽서를 읽자마자 로베르토의 가족에게 돌려줘야겠다고 결심, 기자로 일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TV에도 출연한 끝에 로베르토 가족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결국 엽서는 로베르토의 74살 사촌인 로만 비앙키에게 전달됐다.

그는 비앙키 가족으로부터 로베르토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매우 기뻤다고 전했다.

1924년생인 로베르토는 20세에 전장에 나섰다가 포로가 됐고 살아남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파게토 라리오에서 여생을 보내다 1999년 사망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