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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정부 쌈짓돈으로 전락하나...검찰, 국민연금 대대적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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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삼성과 국민연금공단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부가 국민 노후자금으로 특정 기업을 지원한 셈이 된다.

23일 법조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전북 전주 국민연금 본사,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사무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난 22일 소환 조사했다.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있었던 홍 본부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 열린 국민연금 내부 회의록을 입수한 것이 검찰 수사에 직접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민연금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의 회의록 정보공개 소송에도 불구하고 회의록 공개를 거부했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합병에 반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물산 지분 10%를 가진 국민연금 찬성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최 전 이사장 사퇴가 합병 찬성을 독자 추진한 홍 전 본부장과 갈등 때문이라는 설이 무성했다. 검찰도 이 같은 국민연금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순실 씨나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이런 의혹을 자초했다고 본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에 설치된 투자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의결권을 행사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집 합병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결정은 외부인사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투자위원회 결정을 따를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길지 여부는 내부 지침이 없다. 국민연금 합병 찬성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기금 수익률 제고 여부와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 5월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팔아 주가를 낮춘 국민연금에 대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의혹을 줄이기 위해 기금운용 투명성 강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앞서 MB정부에서도 4대강 사업을 위해 수자원공사가 발행한 채권을 국민연금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정부 사업에 활용됐다”며 “회의록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와 만남도 모두 기록하는 등 국민연금 운용과 의사결정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어느 정부에서라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