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04>화학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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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공장 전경.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아침에 일어나 손을 더듬어 안경을 잡습니다. 경량 소재로 만든 안경테라 무척 가볍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에 들어섭니다. 미끄럼 방지 실내화를 신고 칫솔을 듭니다. 치아 사이를 구석구석 닦을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고 하네요.

눈을 뜬지 불과 일분도 안된 사이에 제가 만진 이 물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네. 바로 모두 석유로 만들어진 제품들입니다. 생각보다 석유가 우리 삶에 더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석유는 자동차 연료 뿐만 아니라 섬유, 고무, 플라스틱 등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수많은 제품 원료입니다. 석유화학이란 단어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석유를 가공해 화합물로 변형시켜 우리에게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산업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석유화학 산업은 계속될 것입니다.

LG화학 여수 NCC공장.
<LG화학 여수 NCC공장.>

Q:석유를 어떻게 화학제품으로 가공하나요.

A:원유를 정제하면 크게 가스, 경질유, 중질유가 나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휘발유, 경유, 등유가 경질유에 속합니다. 생소한 이름의 나프타라는 물질도 경질유에 속합니다. 이제부터 나프타를 잘 기억해야 합니다. 석유화학 제품의 최초 원료이기 때문입니다. 나프타를 나프타크래커(NCC)라고 하는 분해 시설에서 잘게 쪼개 화합물을 만듭니다. 이때 이 화합물 연결 구조에 따라 성질이 다른 화학제품이 만들어 집니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 제품들은 쌀, 밀 같은 음식 재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면 됩니다. 실제로 에틸렌은 `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원료입니다. 과자 봉지로 쓰이는 폴리에틸렌이 대표 에틸렌 계열 제품입니다. 부타디엔으로는 합성고무를 만들 수 있고요.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

Q: 화학제품은 석유로만 만들 수 있나요

A: 최근에는 석유가 아닌 천연가스를 분해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공장도 많아졌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라고 하는 천연가스 개발붐이 일면서 발생한 변화입니다. 천연가스에서 에탄 성분을 정제해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합니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석탄으로 화학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석탄을 가공해 얻은 가스를 분해해 에틸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료는 다르지만 석유, 천연가스, 석탄으로 모두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거죠.

에틸렌 생산량이 곧 화학기업 규모를 결정합니다. 수급에 따라 화학산업 시황이 결정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석유, 가스, 석탄을 사용하면서 누가 싼 가격에 에틸렌을 만드느냐가 화학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석유, 천연가스, 석탄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높은 원료는 무엇인가요.

A:이 질문은 화학산업 최대 화두입니다. 화학기업 경쟁력은 `어떤 원료로 누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만드느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가격이 원가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불과 2년전만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가 최근 40달러대를 오가면서 나프타 가격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대신 에틸렌 등 제품 가격은 강세를 보이면서 석유화학 기업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불과 몇년전에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미국 화학기업 원가 경쟁력이 상승했습니다. 석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화학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최근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입니다. 석탄을 사용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납니다. 최대 석탄화학 국가인 중국 정부가 대기환경보호를 위해 석탄 채굴을 제한하면서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국제유가, 천연가스, 석탄 가격에 따라 원료별 경쟁력은 수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Q:화학기업은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나요

A:어떤 원료를 택할지 고민이 많을 겁니다. 정답도 없습니다. 세계적 화학기업이 즐비한 우리나라 상황만 봐도 어떤 기업은 원료로 석유를 고집하고, 또 다른 기업은 석유, 천연가스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래 자원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전략에 따라 각자 알맞은 원료를 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모두 부가가치가 높은 신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해도 더 단단하고 불에 잘 견디면 가격이 훨신 비싸겠죠.

에틸렌 같은 기초 화학제품 생산 능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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