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 2050년에도 대세는 내연기관 자동차

[자동차칼럼] 2050년에도 대세는 내연기관 자동차

내일의 자동차 모습을 예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자동차를 움직이는 심장격인 동력기관의 종류 예단에는 고려할 점이 많아 더욱 어렵다. 2030년 또는 2050년의 동력기관별 점유율을 예측하는 시나리오는 국가별·권역별·국제기구별로 수십, 수백 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다. 기술 예측 시나리오가 너무나 다양하다 보니 미래 자동차 기술 연구개발(R&D) 전략이 마치 도박처럼 다뤄지기도 한다.

미래 자동차 동력 개발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으로는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기술성을 들 수 있다. 에너지원 변화에 따른 전 주기 경제성 및 환경성 분석이 상시로 이뤄져야 도박 같은 무리수를 피해 갈 수 있다. 이렇듯 많은 특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어느 한 기술에 집중하는 올인 전략은 에너지 기술 전략에서 배제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6~2016년 총 7번에 걸쳐 `2050년 에너지 기술 전망`을 발간했다. 처음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준으로 베이스라인, ACT MAP, BLUE MAP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10년에 이들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각각 6DS(6℃ 시나리오), 4DS (4℃), 2DS (2℃)로 변형돼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했다. 자동차 기술 시나리오에서 가장 현실형인 6DS는 내연기관의 중심에 더해 저탄소 연료 적용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가장 이상형인 2DS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자동차 판매 최대화를 전망한다. 주목해야 될 점은 가장 이상형인 2DS도 세계 주요 이슈에 의해 내연기관 확대를 반영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지구 환경에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한 전기 동력 자동차는 공해도 없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순환을 달성할 수 있어 가장 이상형인 미래 자동차로 꼽힌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비용이 많이 들고 전기 저장 장치의 기술 성숙도가 떨어져서 가까운 시일 안에 자동차 동력 대세를 이루기에는 무리가 많다. 석탄 40%, 천연가스 20%, 원자력 35%, 나머지 5%로 구성된 우리나라 발전원과 전기 발생 단계에서 배출되는 공해 물질을 고려하면 반드시 청정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자동차 동력기관을 대표하는 가솔린·디젤 엔진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석유 연료를 이용, 저렴하게 큰 힘을 내는 장점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100여년 동안의 기술 개발을 통해 가솔린엔진은 38%, 디젤엔진은 43%의 제동열효율을 각각 달성할 정도로 기술 성숙도가 높다.

내연기관이 온실가스의 공해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한 효율 개선과 공해 배출물 저감의 정도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내연기관이 지니고 있는 경제성과 기술성의 장점 덕에 내연기관 효율 향상이 온실가스 저감에 미치는 영향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이상형 시나리오에서조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부각된다. 미국에너지정보관리원(EIA)가 올해 발표한 수송 부문 에너지원에 따르면 2040년에도 가솔린 33%, 디젤 33%, 천연가스 11%, 항공용 제트연료 14%로 구성된다. 나머지 9%는 선박용 중유, LPG 등 대체연료, 바이오 연료, 전기 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시나리오를 분석하면 2050년이 되어서도 80~90%의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동력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앞에서 말한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기술성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에너지 분야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다양한 연구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 예로 미국의 슈퍼 트럭 프로그램(디젤엔진 제동 열효율 55% 목표), 일본의 SIP(내연기관 제동 열효율 50% 목표), 스웨덴의 THE60(내연기관 도시 열효율 60% 목표), 유럽의 HORIZON 2020 등 사업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내연기관 R&D를 부흥시켜서 기술 고도화를 이뤄 내고, 장기로는 전기차·연료전지차 분야의 기초 연구를 지속 수행해야 한다. 또 상시적인 전주기분석(LCA)을 통해 급변하는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배충식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csba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