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출연연, 구조와 행위 주체 둘 다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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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에는 `구조`와 `행위 주체`라는 말이 있다. 구조는 사회, 즉 여러 개인이 모이고 행동하는 배경이 되는 맥락이다. 행위 주체는 개인, 즉 개인의 선택을 뜻한다. 구조를 우선해서 보면 개인의 행위가 사회 상황의 결과로 보고 개인의 성취가 존중받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행위주체가 우선이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요소를 간과하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학계를 보면 과학자들은 `구조`를 탓하고 정부는 `행위 주체`를 탓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예로 들면 과학자는 정부 정책 방향이 잘못됐고 연구과제중심(PBS) 방식, 과도한 행정 업무 등으로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다고 비난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비 1위가 되기까지 비용을 늘려 왔지만 노벨상은커녕 국민에게 내세울 만한 뚜렷한 성과 하나 없다며 과학자를 탓한다.

이런 인식 충돌은 수십년 지속돼 왔고, 결국 행위 주체인 과학자들이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출연연 혁신위원회는 융합 연구 활성화, 연구 자율성 확대 등을 담은 상향식 혁신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하향식 방식과 비교해 자발형 정책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출연연 정체성 정립이나 연구원 고령화 대처 방안 같은 본질 문제는 빠지고 무정년 석좌연구원제도, 프런티어 연구책임전문가, 출연연별 문제해결형연구개발(R&SD) 코디네이터 등 자리만 신설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출연연 문제의 핵심은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이 더 기다려 주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산업계의 한 원로는 “출연연에 훌륭한 기술이 있고 개발 능력이 있다면 기업이 너도나도 찾아가서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할 텐데 출연연과는 함께 기술 개발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업이 R&D 비용을 대는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민해 보면 행위 주체만 나서서 되는 게 아니다. 구조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과학자들이 지적한 PBS, 과도한 행정 업무를 줄이고 고령 연구원 활용 방안과 신규 인력 확보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목표 관리도 `전년 대비 올해 성과`가 아니라 `진정한 세계 1등`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출연연이 바로 설 수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