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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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리더가 없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나 리더가 필요하다. 우리는 리더를 보고 닮아 가며, 자신을 키워 간다. 리더는 사회의 `큰 어른`으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나침판` 같은 역할을 한다. 사회가 혼란할수록 `큰 어른`으로서 리더가 주는 울림은 남다르다. 이 책은 리더의 롤 모델로 삼을 만한 한국 현대사를 개척한 원로 인사 21명을 조명했다. 정치, 경제, 과학기술,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망라했다.

저자는 전자신문 초대 편집국장을 지냈다. 그가 현재 대표로 있는 월간지에 2013년 6월부터 최근까지 다룬 21명의 명사 대담을 정리했다. 대담자들은 모두 한국 현대사를 개척한 영웅이다.

정치인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다. 경제인으로는 이경식 전 경제부총리, 신동식 초대 경제수석 비서관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학기술인에는 오명 전 과학기술 부총리, 김우식 전 과학기술 부총리가 포함됐다. 미술인에는 이종상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과 이석주 숙명여대 교수, 음악인으로는 안숙선 명창과 김민 코리안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인터뷰했다. 문인에는 이호철 소설가, 김지하 시인이 포함됐다. 문화계 인사로는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이용태 퇴계학연구원 이사장, 강영숙 예지원 원장, 이기웅 열화당 사장,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있다. 군인으로는 채명신 전 주월 한국군 사령관 이야기를 담았다.

첫 테이프는 김우식 전 부총리가 끊었다. 김 전 부총리는 연세대 총장을 지내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과학기술 부총리로 있으면서 국가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과기 부총리 시절의 과학기술인 복지 향상과 이공계 기피 현상 대책 수립에 애를 쓴 소회를 담담히 피력했다. 김 전 부총리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앞에서 리드하는 지도자는 비전, 판단력,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과 희생정신`이라는 지도자론도 펼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 한국 현대사를 바로세우는 데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한다. 그는 “가난한 시절 동생들 희생 때문에 학업을 마치고 돈을 많이 번 장남이 `세상은 경쟁 사회니 네 힘으로 먹고살아라` 하고서 동생들을 외면하면 말이 안 된다”면서 “오늘날 대·중소기업 관계가 이와 똑같다”고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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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은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삼보컴퓨터 창업자인 이용태 퇴계학연구원 이사장은 삼보컴퓨터를 창업한 계기와 우리나라가 살아 갈 길을 진단하면서 “우리나라가 살아 갈 길 중 가장 중요한 수단은 소프트웨어 산업”이라면서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고 역설한다. 이 이사장은 소프트웨어(SW)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인력을 만들어 내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창의와 불굴의 정신도 진정한 리더의 덕목이다. 저자는 이의 대표 인물로 오명 전 과기부총리를 꼽는다. 오 전 부총리는 전자공학 박사로서 과학기술 부총리를 비롯해 5개 부처 장관, 대전 엑스포 조직위원장, 2개 대학 총장, 유력 일간지 회장까지 지내는 등 경력이 다채롭다. 저자는 오 전 부총리가 이런 다양한 중책을 수행할 수 있게 된 이유로 “소프트하면서도 뛰어난 리더십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오 전 부총리는 “리더십은 조직원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부러워하도록 만들겠다`는 동기를 부여했다”면서 “자기 조직을 존중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면 사람이 달라진다. 팔을 걷고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해 이전과 다른 부서가 되곤 했다”고 회상했다. 성의경 지음, 신산업경영원 펴냄, 2만5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