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협상의 대가` 트럼프

[데스크라인]`협상의 대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큰 건`을 터트렸다. 6일(현지시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6일(현지시간) 45분 면담 후 “미국에 500억달러(58조55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손 회장에게서 받아냈다. “협상의 대가답다”는 말이 나왔다.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는 안으로 자국 기업을 향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 인디애나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외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불이익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4일에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제품은 35% 관세를 매기겠다”며 `관세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서슬 퍼런 그의 `일자리 공세`에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는 백기를 들고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 대신 10년 동안 700만달러(약 82억원) 세금 혜택과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다. 애플도 전전긍긍이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트럼프는 한 차례 애플을 향해 “해외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을 생산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대통령 당선 후에도 “미국으로 중국 휴대폰 공장을 이전하라”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 포드도 압박을 받아 켄터키 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재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1일 캐리어 공장을 방문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1일 캐리어 공장을 방문했다.

기업은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집단이다. 더 싼 비용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게 당연하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가격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시장 원리를 무시한다. `정실 자본주의`라는 비난도 개의치 않는 눈치다. 트럼프는 실용주의자다. 이익과 목적을 위해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나빠도 상관없다.

트럼프가 사업가로 성공한 과정을 담은 책 `협상의 기술`을 보면 이런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책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트럼프는 공사 계약을 따내길 원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일을 꾸몄다. 공사장에 수많은 장비를 갖다 놓고 일이 진척되는 것처럼 위장했다. 결국 그는 원하는 계약서를 손에 넣었다. 목적을 위해 거짓과 술수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계약을 따내 자랑스럽다”고 책에 썼다.

미국 정치인 발언과 공약을 `팩트 체크`하는 폴리티팩트(PolitiFact)라는 곳이 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 말 가운데 85%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도 17%나 됐다. 편익 때문에 수시로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선 된 뒤에도 그의 말 바꾸기는 여전했다. 미국 사람 가운데에는 “트럼프를 보면 미드(미국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오는 정치인과 오버랩된다”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도 팬이 꽤 많은 이 드라마는 워싱턴 정계에서 벌어지는 야망과 권력, 사랑을 다뤘다. “승리만이 정의”라고 외치는 정치 드라마로, 권력을 얻기 위한 거짓말과 위선이 난무한다.

권모술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협상의 대가` 트럼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최고 협상은 `윈윈`이라는 것이다. 거짓과 자기 이익만을 좆는 것은 선수(善手)가 아니다. 나중에 파국을 부른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최근 출간된 `하버드는 어떻게 최고의 협상을 하는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승부의 법칙은 빼앗는 것이 아니다. 베푸는 거다. 빼앗기에서 베풀기로 바꾸면 윈윈 협상이 가능하다.” 방은주 국제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