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거물, 이메일 창시자 등 타계···`혁신의 빛` 남기고 올해 사라진 거성들

한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도 세계 시장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람도 많다. 반도체 분야 거물 앤디 그로브, 전 인텔 최고경영자가 올해 사망,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네트워크월드와 IDG뉴스서비스는 IT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올해 타계한 혁신가들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이메일 창시자와 인공지능(AI) 개척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네트워킹과 컴퓨팅,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외신은 “기억할 가치가 있는 혁신가들에게 심심한 헌사를 바친다”고 적었다.

◇앤디 그로브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

앤디 그로브
앤디 그로브

헝가리 출신 기업인이자 공학자다. 1987년부터 1998년까지 인텔 CEO로 일했다. 인텔을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로 만든 주역이다.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인텔을 창업한 이후 처음 고용한 직원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는 “20세기 위대한 비즈니스 리더 중 한 명”이라고 평하기도했다. 올 3월 21일 79세로 타계했다.

◇레이 톰린슨, 이메일 창시자

레이 톰린슨
레이 톰린슨

네트워크를 이용한 이메일을 개발하고 주소에 `@` 기호를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1년 최초의 이메일을 전송했다. 그는 2007년 컴퓨터월드와 인터뷰에서 “모든 구두점 중 `@` 기호가 가장 적합해 보였다”고 회고했다. 74세이던 올해 3월 5일 세상을 떴다.

◇웨슬리 클락, 개인용 컴퓨터 설계자

웨슬리 클락
웨슬리 클락

PC 시대 개막에 공을 세웠다. UC 버클리에서 수학한 물리학자 출신으로, 메사추세츠공대(MIT)로 넘어와 초기 개인용 컴퓨터 TX-0, TX-2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MIT 링컨연구소 엔지니어링팀을 책임지며 1961년 미니 컴퓨터를 설계했다. 2월 22일 88세로 타계했다.

◇마빈 민스키, 인공지능(AI) 선구자

마빈 민스키
마빈 민스키

최근 불어닥친 AI 열풍에는 마빈 민스키 역할이 크다. 그는 인간 두뇌의 작동원리, 느끼고 생각하는 기계의 설계법에 대해 저술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최초의 신경망 시뮬레이터(SNARC)를 제작했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를 설립했다. 1969년 튜링상을 받았다. 1월 24일 88세로 운명했다.

◇에릭 블로크, 메인프레임 컴퓨터 개발자

에릭 블로크
에릭 블로크

PC 혁명을 주도한 5인방 중 한 명이다. IBM 시스템/360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공동 개발했다. 현재 PC는 이 시스템을 소형화, 표준화한 것이다. 메인프레임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1985년 미국 국가기술메달(NTM)을 수상했다. 독일 출신으로, 1940년대 나찌를 피해 건너와 32년간 IBM에 근무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91세인 올해 11월 25일 세상을 떴다.

◇제이 포레스터, 디지털 컴퓨팅 선구자

제이 포레스터
제이 포레스터

시스템 역학 창시자이자 디지털 컴퓨팅 개척자다. 미국 대공방어 시스템 구축과 MIT 링컨연구소 설립에 관여했다. MIT 디지털 컴퓨팅 프로젝트 `휠윈드`도 이끌었다. 오늘날 랜덤억세스메모리(RAM) 기초가 된 자성 코어 메모리를 개발했다. 6월 7일 84세로 눈을 감았다.

◇빅터 셰인만, 산업용 조립 로봇 발명가

빅터 셰인만
빅터 셰인만

산업용 제조, 조립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스탠포드대 기계엔지니어링 학부 시절,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6축 로봇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스탠포드 암`으로 불리는 이 로봇 팔은 자동차 앞유리의 와이퍼부터 잉크젯 카트리지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다. 뉴욕타임즈는 그를 “공상과학(SF) 영화의 휴머노이드 악몽을 극복하고 최초의 성공적인 전기동력 컴퓨터 제어 산업 로봇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9월 20일 73세로 타계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