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북극곰의 눈물은 수십 년 뒤 인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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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과학향기]북극곰의 눈물은 수십 년 뒤 인류의 눈물?

오늘날의 북극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주최한 환경사진 공모전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와 동시에 심사위원들로부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가장 가슴 아픈 사진으로도 꼽혔다.

황당하다고 한 이유는 북극을 촬영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눈과 얼음이 하나도 안 보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사진의 제목이 `눈도 얼음도 없다(No snow, No ice)`일까? 애처로운 이유는 북극곰 때문이다. 눈도 얼음도 없는 흙바닥에 북극곰 한 마리만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눈과 얼음이 사라진 북극에서 생존의 위협을 맞은 북극곰(출처:pattywaymire.com)
<눈과 얼음이 사라진 북극에서 생존의 위협을 맞은 북극곰(출처:pattywaymire.com)>

◇10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해빙 면적

북극이 중병을 앓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치병(難治病)을 앓고 있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불치병(不治病) 단계로 접어 든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최근 북극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온도 상승 때문이다. 북극점의 11월 평균 기온이 12.7℃ 정도가 높았고, 비록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11월 중순의 기온이 평년보다 무려 19.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들어 기온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하향 추세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나타났던 극단적인 기온 상승이 조만간 다시 돌아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북극탐사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레미 매티스 감독관은 “20세기 들어 가장 강력한 온난화 징후가 올해 관측됐다”라고 밝히며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도 내년 봄이나 여름쯤에는 북극에서 얼음이 덮인 곳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0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북극의 해빙 면적(출처:NOAA)
<10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북극의 해빙 면적(출처:NOAA)>

매티스 감독관의 설명에 따르면 북극권의 최근 온도 상승률은 다른 지역의 2배에 달했다. 특히 10월 한 달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북극의 해빙 면적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얼음이 녹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극의 환경이 본격적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알려주는 신호”라고 밝히며 “온도가 오르면 얼음이 녹으면서 땅이 드러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햇볕을 더 많이 흡수해 얼음의 녹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북극의 급격한 기온 변화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트 기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트 기류의 변동으로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인 북미 쪽으로 내려가면서 그곳의 더운 공기를 북쪽으로 밀어 올렸고, 그로 인해 북극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제시한 미 항공우주국(NASA) 부설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월트 메이어 박사는 “북극에서 급격한 온도 상승이 일어났던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도 “그런 빈도수가 과거보다 훨씬 잦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북극의 기온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반도의 폭염과 한파는 북극의 온난화 영향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어서 그런지, 실제로는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로 그럴까?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그렇지, 북극의 온난화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여름 한반도가 겪었던 기록적인 폭염이다. 폭염의 원인이 북극의 온난화라고 말하면 이상하다 여기겠지만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물이 돼 인근 바다의 수온을 상승시키는데, 이런 과정이 올해는 캄차카 반도의 동쪽에 위치한 베링해에서 발생해 수온이 예년보다 3~4℃나 높아졌었다. 당시 일기예보를 맡았던 기상청의 관계자는 “수온이 상승하게 되면 주변 공기가 부풀어 오르면서 대기의 순환을 막아 고기압이 형성된다”고 설명하며 “올 여름에도 고기압이 북쪽의 찬 공기를 밀어냈고, 찬 공기는 다시 남쪽의 북태평양에 있던 더운 공기를 눌러 한반도와 중국 쪽으로 부풀게 하면서 폭염이 지속됐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반대쪽에 위치해 있는 미국도 40℃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달렸는데, 이런 현상도 바로 북극의 온난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위뿐 만이 아니다. 북극의 온난화는 우리에게 매서운 추위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겨울이 예년보다 훨씬 추울 것이라 발표한 기상청의 예보는 바로 북극의 온난화 현상에 따른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을 근거로 하고 있다.

북극진동이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일정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주기는 짧게는 수십 일에서 길게는 수십 년 정도인데, 이 변동을 지수화한 것을 `북극진동지수(Arctic Oscillation Index)`라 한다. 북극진동이 강하면 양의 값, 약하면 음의 값으로 표시한다.

여기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 북극진동지수는 음(-)으로 표시된다. 지수가 음의 값을 띠며 약해지게 되면 제트 기류도 덩달아 약해지면서 북극에 존재하고 있던 영하 60~70℃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이동하며 예상치 못한 한파가 들이닥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북극의 온난화는 전 세계의 해수면 상승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은 아직 한반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와 같이 해발고도가 높지 않은 곳은 국토의 대부분이 물에 잠겨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극의 온난화는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출처:NOAA)
<북극의 온난화는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출처:NOAA)>

이렇게 북극의 온난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하나씩 찾다보니 그야말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북극이 앓고 있는 중병에 우리도 조금씩 전염되고 있다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웨이마이어가 촬영한 북극의 사진이 다시 눈앞에 떠오른다. 눈도 얼음도 없는 곳에 북극곰이 외롭게 앉아있던 바로 그 모습 말이다. 인류가 이대로 북극의 온난화를 방치한다면 북극곰의 그 모습은 바로 수십 년 뒤 인류의 모습이 아닐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