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별기획/특허강국으로 가는 길><칼럼>박병욱 팀장 "특허전쟁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2015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특허소송에 큰 변화를 가져올 관할집중을 위한 법원조직법 및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IP) 침해소송 관할은 2016년부터 1심은 고등법원 소재지 지방법원 5곳으로, 2심은 특허법원으로 집중됐다.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특허법원은 이러한 변화와 함께 IP 허브법원을 구축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심결취소소송·침해소송 심리매뉴얼도 만들었다. 법원 외에도 특허청,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 기업 및 IP서비스 업계는 한국 IP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노력을 다각도로 경주하고 있다. 지식산업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흐름에 맞추려는 바람직한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미흡한 분야가 여럿 눈에 띈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겠지만 몇 가지만 짚어본다.

먼저 법원 측면에서 보면, 관할집중에 따른 특허법원 준비가 미흡하다. 현재 특허법원 판사, 기술심리관 및 법원조사관 숫자는 집중된 소송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전문인력 확충에 필요한 제도와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 특허법원이 제작한 심결취소소송·침해소송 심리매뉴얼의 실제 내용은 각각 10페이지에 불과하고 내용도 부실해 제대로 된 매뉴얼로 보기에는 민망하다. 과연 이 매뉴얼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이는 특허법원의 관할집중 준비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법원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국제 특허분쟁 유치를 통한 IP 허브 법원`이라는 구호에 스스로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이상만 좇다가 정작 필요한 부분을 챙기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에 필요한 실현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 내실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분쟁 당사자인 기업 측면에서 보자. IP 소송의 절대 다수는 기업 간에 발생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지난해 3분기 IP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특허분쟁은 1345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당사자가 한국 기업인 사건은 21건이다. 또한 특허 비실시기업(NPE)에 의한 소송은 지난해 3분기에만 548건이 새롭게 제기됐다. 우리 기업도 NPE의 소송 타깃이 된지 오래다.

이러한 특허전쟁 시대에는 한국 내 분쟁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분쟁 대비도 중요하다. 많은 기업의 IP 부서도 분쟁 대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 상황을 보면, 특허전담부서는 고사하고 전담인력이 1명도 없는 기업이 더 많다. 더욱이 전담인력이 있어도 분쟁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분쟁 대비에 필요한 체계적 교육이나 도움을 받을 기회도 거의 없다.

특히 중소기업이 IP 분쟁에 취약하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도 튼튼해진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위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분쟁 대비 역량을 스스로 키우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매년 제기된 문제지만 해결책은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세미나 또는 분쟁 몇 건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생색내는 것은 고기를 잡아주는 조치에 불과하다.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키우도록 실질적인 IP 인력 재교육 및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현재 일부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IP 교육은 강좌 숫자는 늘었지만 제대로 된 교육 커리큘럼, 교육내용, 교강사진은 매우 부족하다. IP 전문가 육성에 필요한 대대적인 정부 차원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CEO 등 경영진 인식이 변해야 기업 IP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아무리 실무부서 역량을 보강해도 경영진 관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 일례로 2년 전 만난 한 중견기업 사장은 “월급을 주는데 왜 별도로 직무발명보상을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허청이 선정한 직무발명우수기업 수상경력도 보유한 업체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 IP 역량을 강화하려면 경영진 인식을 제고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와 특허청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마스터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법과 제도적 측면이다. 중국 전리법(특허법) 4차 개정은 2012년 개정 초안을 만든 뒤 지금도 의견수렴과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특허청의 시범(파일럿) 프로그램은 최근 도입한 `최종거절결정 후 항소하지 않고 심사관 패널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프로그램`(Post-Prosecution Pilot Program) 등 여러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이러한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간 의견 수렴과 수정 과정을 거쳐 제도를 도입한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어떤가. 1952년 첫 번째 개정 후 현재까지 무려 74차례 수정했다. 2010년 이후에만 17번이나 법이 개정됐다. 1년에 최소 1번 이상 수정했다는 얘기다. 각각의 개정 이유야 있겠지만, 도입 후 폐지했다가 또 다시 도입하는 제도도 보이는 등 졸속 개정도 상당수다. 이처럼 개정이 잦으면 법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법률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다. 오죽하면 IP 전문가인 변리사조차 개정이 너무 많아 쫓아가기 힘들다는 한탄을 할까. 한번을 개정해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시행착오와 수정을 거쳐 최종 개정에 이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지만 하나하나 짚어가며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정부와 특허청, 법원, 기업, IP서비스업계, 학계 등 IP 생태계 구성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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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bwpark@hit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