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허강국으로 가는 길>(1)출원수임료 이대로 좋은가

IP노믹스는 이번 주부터 `특허강국으로 가는 길`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분쟁으로 특허 중요성은 누구나 알게 됐지만 `강한 특허 속성은 무엇인지` `특허로 수익은 어떻게 올리는지` `특허환경은 어떤 식으로 정비할지` 등 논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앞으로 출원과 소송, 거래 등 주제별 취재기사와 전문가 원고를 묶어 한국 특허환경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출원(신청)수임료 이대로 좋은가`입니다. -편집자주-

`한 번에 등록` `중간비용 없음` `신속·저렴`

인터넷 포털에서 `특허등록`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문구다. 가급적 낮은 가격에 특허를 확보하려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지만 강한 특허가 필요한 기업은 피해야 할 `유혹`이다.

◇“수임료 50만원 묶은 대기업도”

특허업계가 낮은 수임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출원비용은 기업이 100만~150만원, 대학·공공연구기관이 80만~100만원 선이다.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5대 기업과 제약업체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 범위에 해당한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대기업 한 곳은 수임료를 50만원에 묶어 놓았다.

KAIST 국내외 특허출원 수가표. 국내특허를 출원(신청)할 경우 독립항 2개(20만원)와 종속항 5개(10만원)로 구성된 명세서를 작성해 특허로 등록하면 기본료(40만원)에 성사금(70만원의 65%인 45만5000원)을 추가로 받는 구조다. 이때 전체 수가는 115만5000원이다. 특허등록이 거절될 확률을 30%로 잡으면 특허출원 1건당 평균수임료는 100만원 내외로 떨어진다. 특허사무소 소속 한 변리사는 "기술요지 이해에 필요한 발명자 면담부터 선행기술조사, 명세서 작성까지 사흘이 소요될 것으로 잡으면 하루 평균 33만원에 관련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하지만 변리사와 명세사 등 투입인력과 시간을 고려하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AIST 국내외 특허출원 수가표. 국내특허를 출원(신청)할 경우 독립항 2개(20만원)와 종속항 5개(10만원)로 구성된 명세서를 작성해 특허로 등록하면 기본료(40만원)에 성사금(70만원의 65%인 45만5000원)을 추가로 받는 구조다. 이때 전체 수가는 115만5000원이다. 특허등록이 거절될 확률을 30%로 잡으면 특허출원 1건당 평균수임료는 100만원 내외로 떨어진다. 특허사무소 소속 한 변리사는 "기술요지 이해에 필요한 발명자 면담부터 선행기술조사, 명세서 작성까지 사흘이 소요될 것으로 잡으면 하루 평균 33만원에 관련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하지만 변리사와 명세사 등 투입인력과 시간을 고려하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석기철 5T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허성 평가 후, 경쟁사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동시에 다른 업체가 우리 특허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명세서를 작성하려면 100만원은 턱없이 작다”며 “투입시간 등을 고려하면 수임료가 최소 200만원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출원 못지않게 중요한 `중간비용`을 받는 것 역시 어렵다. 특허청 심사관이 보낸 `거절결정통지서`(OA) 대응에는 출원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OA비용을 무료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석 변리사는 “OA 대응에 따라 권리범위가 크게 달라지는데 중간비용이 없다시피 하다”며 “OA를 그대로 수용하면 등록은 쉽지만 권리범위가 좁아져 특허로 경쟁업체 시장 진입을 막거나 실시료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변리사에게는 제값 지불”

수임료에 인색한 한국 기업도 해외 변리사에게는 꼬박꼬박 제값을 지불한다.

대기업 특허팀 관계자는 “기업 고위층도 특허분쟁이 늘면서 특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해외에만 제값을 지불한다”며 “국내는 수임료를 올리지 않고 품질 향상만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한국 변리사가 외국 특허청 OA 대응논리를 제공해도 현지 변리사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금처럼 `수임료 쥐어짜기`를 계속하면 명세서 질은 어느 정도 개선되겠지만 근본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내 특허가 해외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특허시장을 지금처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영택 서울대 교수는 “해외에 출원하는 명세서는 국내 특허를 번역한 것에 지나지 않아 국내 출원이 부실하면 해외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파리협약·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출원도 국내 명세서와 내용이 동일해야 인정 받는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진출이 목표라면 국내 명세서부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는 선제대응”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기업 특허팀 관계자는 “입사 당시 수임료가 50만원에도 못 미쳤고 특허도 엉망이었지만 이후 수임료를 인상하면서 특허품질도 꽤 높였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도 특허분쟁을 경험한 뒤 출원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며 “다른 기업체도 합리적 수임료를 지급하고 특허품질을 관리해서 글로벌 특허분쟁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특허소송을 경험한 기업체 사내 변리사는 “해외소송을 해보면 한국 변리사 우수성이 입증된다”며 “국내 특허사무소에도 제값을 지불하는 관행이 정착되면 현재보다 특허품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택 교수 역시 “특허출원도 엄연한 법률서비스”라며 “유능한 변리사를 찾아 제값을 치르고 강한 특허를 확보하는 풍토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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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