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中 의료기기 시장, 현지화 전략으로 활로 모색

위해횃불고기술산업개발구 창업보육센터 전경(자료: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위해횃불고기술산업개발구 창업보육센터 전경(자료: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의료기기 업계가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생산시설 구축, 유통망 확보에 안간힘을 쏟는다. 중국이 자국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수입을 제한하는 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역풍까지 불고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다. 원주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메카로, 생산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3분의 1에 가깝다. 중국 진출을 우선 목표로 설정했지만 최근 보호 장벽에 부닥쳐 활로 모색이 불가피하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중국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협업해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키로 했다. 웨이하이횃불고기술산업개발구에 한국 의료기기 기업을 위한 생산시설을 마련한다. 용적 기준 1만㎥가 넘는다. 현지 기업인 웨이가오그룹유한공사는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인허가, 판매, 마케팅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 지자체가 마련한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허가와 판매까지 현지 기업에 위탁한다.

현지 생산시설 입주가 완료된 우리나라 기업은 소연상사, 대양의료기, 메디아나, 아이엠헬스 등 10여개사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생산한다. 판매를 맡은 웨이가오그룹은 중국 대기업 경쟁력 500대 기업에 속한다. 의료기기를 포함해 62개 계열사가 있다. 해당 산업개발구 안에 웨이가오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경쟁력 있는 한국 의료기기 기업을 유치, 중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완길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은 “지난해 웨이하이횃불고기술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 웨이가오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어 올해부터 의료기기 수출을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센스도 지난해 현지 생산 공장을 구축했다. 늘어나는 물량과 강화되는 보호 장벽 대응이 목적이다. 생산시설과 생산품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중국 현지화 진출 지원센터를 열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구축 지원이 주 역할이다. 올해부터 중국 내 의료기기 집적지를 선정,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제도상의 절차, 제품 판매 지원 등 업무를 본격화한다.

중국의료기기 시장 규모(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국의료기기 시장 규모(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5년 기준 중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78억달러(약 21조5000억원)로, 2010년 이후 연평균 13.4% 성장했다. 2015년 이후에는 매년 8.7% 성장, 2020년 시장 규모가 270억달러(3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고가 장비는 7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부터 중국 정부는 자국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수입 규정을 수정했다. 전체 의료기관의 80%가 넘는 공립병원은 자국 제품 사용률 70%를 준수하도록 했다. 현지 법인만 설치했거나 직접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나머지 20%의 민간 의료기관 시장을 노린다.

중국 정부 방침에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현지화 전략은 더욱 강화된다. 현지 법인 설립을 넘어 실질 투자가 이뤄지는 생산시설 구축이 대표 전략이다. 의약품 분야에 비해 의료기기는 노하우 유출 우려가 약하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준비가 요구된다. 시장성과 생산 계획을 점검하고 생산 후 유통, 판매, 마케팅 전략까지 수립해야 한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