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 개의 명함

[기자수첩]두 개의 명함

“대만 직장인의 명함은 두 개예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 명함과 자신이 창업하려는 회사 명함이죠.”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우리 기업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대만은 `중소기업 나라`이기 때문에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염두에 두고 일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창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물어 왔다. 대만에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도 추진하고 싶어 했다.

그에게서 타이베이 시내의 낡은 건물, 흐린 날씨, 굳은 표정 뒤에 감춰진 대만의 도전과 창업정신을 느꼈다.

대만은 한때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 4마리 용으로 불렸다. 현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낮은 경제성장률, 높은 청년 실업률, 출산율 저하라는 경제 및 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경제를 떠받치는 탄탄한 중소기업과 합리화된 기업 환경 덕분에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발표한 2017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에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16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7위다.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3단계 높은 24위를 차지했다. 중국 자치령인 홍콩만 우리보다 아래인 32위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정부는 앞장서서 창업 생태계 개선에 노력했다. 하지만 도전과 미래 산업 경쟁력, 제도 준비를 평가하는 기업가정신지수는 오히려 후퇴했다.

기업가정신을 분석한 한국경제연구원은 대만과 한국의 순위를 가른 결정타는 기업가의 사회 위상, 국민 인식, 문화 등 `태도`라고 지적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된 경제단체, 뇌물죄 혐의로 조사받는 기업인, 사기성 주식 거래로 구속된 벤처기업인 등 정치성 모순도 있지만 기업 이미지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4마리 용 가운데 가장 초라한 기업인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기업인들의 검찰 조사 등 어두운 사회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