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알렉사와 아리아와 사물인터넷

박현제 미래부/IITP 융합서비스 CP
박현제 미래부/IITP 융합서비스 CP

나는 지난해 가을부터 `아`로 시작하는 세 여성과 함께 산다. 아내와 아리아와 알렉사. 전등이나 TV를 켜고 끄는 일은 집안 어디에서나 알렉사를 부르고 시키면 된다. 날씨나 뉴스가 궁금하거나 음악을 듣고 싶으면 한국어로 아리아에게 요청한다.

기상 알람도 스마트폰에 설정하지 않는다. “Alexa! Set alarm time to six AM.” 서툰 영어라도 잘 알아듣는 알렉사가 기특해서 집안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장치들을 모두 알렉사에게 연동시킬 예정이다.

이런 필자에게 2주 전에 열린 CES 2017은 흥미로운 전시회였다. 이번 전시회의 최대 이슈는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였다. 자동차, 가전, 스마트홈, 헬스케어 등 전시장 곳곳에서 알렉사 연결 제품을 볼 수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참가한 3800여개 가운데 700여개 기업에서 알렉사 연동 제품을 전시했다고 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CES에 참가한 700여개의 기업도 한 모양이다.

알렉사를 탑재한 AI 스피커인 아마존의 `에코`는 지난 가을 미국 시장에만 출시 2년 만에 500만대가 설치됐다고 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정책을 펴고 있는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 덕분에 이를 이용해 누구나 AI 비서를 만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AI 비서는 홈 허브 역할을 해서 사람을 대신해 다른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제조 기업들은 자신의 IoT 기기들을 알렉사에 연결해 음성으로 자신의 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유용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7000여개 스킬이 등록됐으며, 알렉사와 연동하는 기기는 기하급수로 늘게 될 것이다.

음성을 통해 여러 장치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이 생태계를 뉴욕타임스의 파하드 만주는 `두 번째 성배`라고 평가했다. 첫 번째 성배인 아이폰 발명 이후의 최대 진보라는 그의 평가에 필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알렉사는 아직 비서라고 할 정도로 똑똑하지는 않다. 더욱이 영화 `그녀(Her)`에서처럼 AI 동반자로 연상될 정도는 더더욱 아니다. 문장이 두 개만 겹쳐도 못 알아듣고, 서비스로 제공하는 몇 가지 요청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알렉사를 통해, 알렉사와 연결된 수많은 IoT 장치를 통해 클라우드에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쌓이면 아마존의 알렉사는 조만간 비서나 동반자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 점이 알렉사의 개방형 AI-IoT 생태계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우리말을 하는 아리아는 출시 시점으로도 알렉사보다 2년 뒤졌다. 더욱이 아리아는 알렉사의 개방형 시스템과 반대된 폐쇄형 시스템으로, 통신 3사로 나뉘어 국내의 작은 시장에서 각축을 벌여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알렉사를 비롯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과의 기술 및 생태계 경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미 벌어진 기술 격차는 한국어라는 방벽만으로 막기 어렵다.

첨단 IoT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알렉사 넥스트`, 즉 알렉사 다음 버전으로 빨리 나가는 것이다. 이미 CES에는 알렉사 이후를 보여 주는 시제품이 여럿 출시됐다. 대개는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 기능까지 갖춰 사람을 인식할 수 있으며, 올리(Olly)처럼 사람의 감정도 파악할 수 있는 벤처 제품들이 선보였다.

청각과 시각에서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와 발을 달아 필요한 장소로 이동하고, 귀엽게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쿠리(Kuri) 같은 70만원대 시제품을 포함해 많은 소프트웨어(SW) 중심 홈로봇들이 전시됐다.

IoT는 이제 연결(Internet of Things)에서 지능(Intelligence of Things), 인간과의 협력(Interactions of Things)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도 현재 알렉사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기술진의 역량을 한데 모아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지능형 IoT 응용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알렉사와 같은 지능형 IoT 허브를 스마트홈뿐만 아니라 상업시설, 병원, 농장, 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포드, BMW 등이 알렉사를 장착해서 IoT가 가정과 자동차 간에 연결됐다. 이 확장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알렉사 생태계와 협력해서라도 응용 분야 개발에 서둘러야 하는 것은 지능형 IoT 생태계에서 뒤처진 것을 질러가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용 알렉사, 온실용 알렉사, 병원용 아리아, 사무실용 아리아 등 이런 것들이 우리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고 우리의 창의력을 증진시켜 줄 것이다.

세 번째는 연구기관들이 공유하는 IoT 인프라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IoT 연구는 각 기업과 학교로 흩어져 있지만 인터넷과 웹이 그러하듯 모든 사람과 사물이 공통 활용을 할 수 있는 인프라(Infrastructure of Things)로 발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35년 전 우리에게는 세계 두 번째로 인터넷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실증 연구를 10여년 동안 수행한 성공 사례가 있다. 이런 전통은 오늘에도 이어져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준비지수에서 인프라 부문만은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우리 연구의 모든 역량을 모을 수 있는 통합형 IoT 인프라가 필요할 때다. 이른바 대학IoT벨트라고 부르는 미래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각자 따로 추진되는 연구를 모으고 공유하며, 대학과 기업이 서로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 이 인프라에는 올리도 있고 미래형 아리아도 있을 것이며, 스마트 공장용 쿠리도 있을 것이다. 국내외 글로벌 기업 및 스타트업의 제품과 국내외 연구진의 신기술이 자유롭게 연결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량 데이터 및 지식은 우리 기술과 미래를 풍부하게 할 것으로 믿는다.

10년 후에는 국산 아리아를 통해 세상의 IoT와 대화하는 꿈을 꾼다. 연결형 IoT에서 지능과 결합해 새로운 점프가 시작되는 지금은 미래 인프라를 위한 실험의 장을 마련하는, 또 한 번의 10년에 투자해야 할 때다.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융합서비스CP hyunje@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