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과학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전문가 기고]과학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

2016년 2월 전 세계는 흥분의 순간을 맞이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미국 라이고(LIGO·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 실험책임자 데이비드 라이츠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력파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한 이론상의 존재였다. 드디어 그 실체가 증명된 것이다. 중력파는 138억년 전 빅뱅으로 시공간이 흔들린 흔적이기도 한 만큼 중력파 발견으로 우리는 새로운 눈을 하나 얻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필자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콘퍼런스에 참여하고 있었다. 콘퍼런스에서는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도중에 사회자의 짧은 소개와 함께 중력파 발견의 발표회장이 생중계로 연결됐다. 영상에서 라이고 책임자는 “We have detected gravitational waves. We did it!”(우리가 중력파를 찾았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발표 현장에서 함성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됐다. 필자를 포함해 콘퍼런스에 참석한 수많은 과학자와 시민들도 함께 커다란 함성으로 기쁨을 나눴다.

짧은 미국 출장길에 중력파 검출 소식을 현지에서 접하면서 미국이 왜 과학 강국인지 새삼 깨달았다. 미국이 과학 강국이라는 의미는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성공해 낸 과학 연구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 또한 아니다.

최신 과학 연구 성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전역의 시민들에게 즉각 널리 알리는 시스템에 우선 놀랐고, 그렇게 전달되는 최신 과학 연구 성과를 공유하면서 열광하고 칭송하는 문화에 놀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최상위라고 하는데도 그 R&D 예산으로 최신 과학 연구 성과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잘 모른다. 최신 과학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기회도 적을 뿐만 아니라 과학 연구 성과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기회도 드물다. 어렵게 소개되는 최신 과학 연구 성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거의 없다. 아직 과학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이다.

과학 문화는 과학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자원으로 정착시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과학이 현대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이해하고 과학 활동을 격려하면서 창의형 미래 세대를 길러 내는 일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질병, 물, 에너지, 식량, 고령화 등 사회 및 세계 이슈들이 한편으로는 과학기술 R&D의 노력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삶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제조업이 융합되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일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지금의 7세 어린이의 65%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 예측을 내놓았다.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창의 및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재는 단기간의 분절된 주입식 교육으로는 결코 길러 낼 수 없다. 과학의 가치와 다양한 분야가 한데 어우러진 장기 안목의 과학 문화 토양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과학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비단 정책 입안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과학자만이 할 수도 없으며 국립광주과학관과 같은 과학 관련 단체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과학기술자 커뮤니티와 산업체, 과학 및 교육 관련 기관들과 시민단체들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이해와 적극 참여다. 우리 모두가 과학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 더 지지를 보낼 때 과학 강국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강신영 국립광주과학관장 kaang@sciencecen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