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심상찮은 미·중 자국보호주의

[데스크라인]심상찮은 미·중 자국보호주의

미국과 중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일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중국도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운 가운데 우리나라는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가 겹치면서 추가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위기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이슈와 맞물려 각자 주장은 나오지만 뾰족한 통합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중국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상황 점검과 혜안 마련이 시급하다.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생큐 삼성`이라고 트윗을 단 것이 화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가능성을 언급한 외신 보도에 미국 대통령이 단정하듯 마침표를 찍었다. 한 방 맞은 느낌이다.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은 아직 검토 단계다. 삼성은 긍정도, 그렇다고 부정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연일 강공 모드다. 미국 내 판매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을 압박한다. 현대기아차와 LG전자도 자유롭지 못하다.

트럼프의 거친 언사는 대통령 격을 떨어뜨린다는 말도 나오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반기는 이가 적지 않다.

[데스크라인]심상찮은 미·중 자국보호주의

중국도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는 9년 만에 반독점법 규정 정비에 나섰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피해가 우려된다. 반독점법은 중국 내 시장 지배형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 기업이 타깃이다. 중국 반독점법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주로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삼아 왔다. 그동안 제재를 받은 기업도 삼성·LG·한국타이어 등 국내 기업과 퀄컴·구글·코카콜라·미쓰비시 등 글로벌 기업이었다.

더욱이 최근 사드 이슈로 우리 기업의 중국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대기업은 물론 한류와 연계해 마케팅을 확대하던 중견 생활·환경가전 수출 업체까지 울상이다.

문제는 앞으로 경제 대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트럼프 체제는 이제 막 시작이고,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다. `중국 굴기`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지속 강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자존심 대결까지 겹쳐지는 분위기다. 분명히 우리나라에는 부담이다. 더욱이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 1, 2위 상대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끼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불만만 해서는 답이 없다. 우리나라는 국정 혼란과 조기 대통령 선거로 오피니언 리더들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국익보다 선거에 유리한 주장만 반복된다면 좋은 대응이 아니다. 외부에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국내 이슈만 보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미국 매장_LG 트윈워시
미국 매장_LG 트윈워시

정확한 국제 정세를 판단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 입장을 체계를 갖춰 정리해야 한다.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익에 비중을 둔 내부 공감대가 더 중요하다. `정경유착`이라는 굴레를 염려해 정부와 기업 간 교감이 부족해진 것은 경계할 부분이다. 정부와 주요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