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사이버테러`로 농협은 해커의 놀이터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융권에서 정보기술(IT) 사고가 터지면 항상 거론되는 곳이 농협이었다.
18년 만에 농·축협과 은행 전산을 분리한 `신 전산시스템`이 가동됐다. 2만3000여 직원이 밤낮없이 전산 분리 작업에 매달린 결과 큰 착오 없이 시스템이 안정을 찾아 돌아간다. 농협은 새로운 전산시스템으로 핀테크 등 다양한 미래 사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농협 전산 분리에 참여한 IT 소속 인력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전산시스템 분리 성공은 해커에게 또 하나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과거 비자카드가 강력한 보안 전산을 구축했다는 소식에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의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 농협도 IT 전산 분리 성공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농협은 막중한 사명감으로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물리 형태의 시스템 안정성뿐만 아니라 내부 조직은 물론 비대면 채널 사업 등 금융디지털 시대 원년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제 창구에서 수기로 작성하는 시대는 지났다.
IT와 보안을 결합해 최적화한 비대면 프로세스를 만들고, 철통같은 보안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 양성과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재앙을 반복하면 안 된다.
이를 위해 금융 IT에 대한 경영진의 홀대 의식부터 없애야 한다. 핀테크 시대 금융과 IT 융합은 폭증했다. 반면에 이를 수행하는 IT 인력은 항상 `마이너`로 치부됐고, IT 투자는 `지출`로 평가 절하됐다.
외양간을 잘 만들면 소를 잃을 일이 없다. 제 값을 받기 위해 소를 잘 키우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드는 일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게임의 보안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엄정하게 적용하되 그 안에서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소비자 보호 장치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