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대화면·엣지형 스마트폰일수록 손가락 건강 `빨간불`

요즘 인기를 끄는 대화면, 엣지형 스마트폰이 우리 손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 가시성을 이유로 크고 얇은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지만 손가락 근육 피로를 가중해 질병 유발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지용구 교수팀은 국내외 스마트폰 사용자 50여명을 조사한 결과 얇고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사용할수록 손 근육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15일 밝혔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고령자이거나 이동하면서 화면을 조작할 때 피로도는 더 커졌다.

연구팀은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사용자 50여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크기, 형태, 사용 환경에 따라 근전도(EMG)를 활용해 스마트폰 근육 사용량을 측정했다. 스마트폰 사용과 손가락 피로 상관관계 규명이 목표다.

최대 근력을 기준(100%)으로 스마트폰별 근육 사용 비율을 비교 분석했다. 실험 제품군은 가로 너비별로 소니 엑스페리아 XA(67㎜), 삼성 갤럭시 S7(70㎜), 소니 엑스페리아XZ(72㎜), LG G5(74㎜) 네 종류로 선정했다.

과업 환경에 따른 엄지손가락 근육 사용량(자료: 연세대 지용구 교수팀)
과업 환경에 따른 엄지손가락 근육 사용량(자료: 연세대 지용구 교수팀)

화면이 클수록 피로도가 높게 나타났다. 앉아 있는 상황에서는 가로 폭이 가장 좁은 엑스페리아 XA의 엄지손가락 근육 사용량이 32.5%로 가장 적었다. 반면 가로 폭이 가장 넓은 LG G5는 36.8%로 사용량이 제일 컸다.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전반적으로 10% 이상 엄지손가락 근육 사용량이 늘었다. 마찬가지로 가로 폭이 제일 작은 엑스페리아 XA(40.3%)가 사용량이 가장 적었고, G5(46%)가 가장 많았다.

지용구 교수는 “스마트폰 화면이 넓어질수록 터치 시 가장 많이 움직이는 엄지손가락 활동 반경이 넓어져 피로도가 커졌다”면서 “연구결과 가로 폭이 72㎜를 초과하면 손가락 근육 피로는 물론 질병 유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디자인을 이유로 점차 줄어드는 아래 베젤 크기도 손가락 피로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2.5㎜, 5㎜, 7.5㎜, 10㎜, 12.5㎜ 다섯 가지 바젤 크기별 엄지손가락 근육 피로도를 조사했다. 엄지손가락 FDI 근육(구부리는 근육) 사용량은 가장 얇은 2.5㎜가 38.2%로 가장 높았다. 사용자가 기기를 잡는 방법과 터치 행동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피로도가 가중됐다.

엣지 및 플랫 기기 엄지손가락 근육 사용량(자료: 연세대 지용구 교수팀)
엣지 및 플랫 기기 엄지손가락 근육 사용량(자료: 연세대 지용구 교수팀)

연구팀은 엣지형 스크린이 손가락 피로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소니 XZ(72㎜ 평면), 갤럭시 S7(70㎜ 평면), 갤럭시S7 엣지(72㎜ 엣지), 갤럭시S6 엣지(70㎜ 엣지) 등 네 가지 모델을 비교한 결과 대화면 엣지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7 엣지의 엄지손가락 근육 사용량(44.2%)이 가장 높았다. 이보다 가로 폭이 좁고 평면형인 갤럭시S7 근육 사용량(39.1%)과 비교해 5% 차이 났다.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만으로 스마트폰별 근육 피로도와 질병 상관관계를 밝힐 수 없지만, 스마트폰 구매 과정에서 손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인, 어린아이일수록 자신 손 크기에 맞는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 오래 잡는 것도 피해야 한다.

김재광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근육 사용량이 증가하면 근육이 뼈에 붙는 건염 발생 가능성이 높다”면서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디자인보다는 손 크기에 적합한지 고려하고,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 교수도 “스마트폰 크기가 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정부도 큰 관심이 없다”면서 “관련 연구를 심층적으로 진행하고 제조사는 인체공학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