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7>금수저의 매너 교육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7>금수저의 매너 교육

후배는 서울 강남에서 서비스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가끔 초등학생을 위한 예절 교육 문의가 들어온다면서 `아동 예절`을 가르치는 강의를 개설할까 고민한다. 대뜸 반문했다. “왜 집에서 안 가르치고 밖에서 돈 주고 예절을 가르치려 하지?” 후배가 답했다. “자기 자식을 어떻게 가르쳐. 말이나 듣나요?”

대기업 회장 셋째 아들과 술집 종업원 사이에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항공사 소유주 따님은 `땅콩회항사건`을 일으켰다. D물산 둘째 아들은 기내에서 난동을 벌였다. 외국 유명 가수가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세계로 생중계했다. `비선 실세` 따님은 “돈도 실력”이라고 했다.

일부 금수저 2세들이 최근 벌인 사건이다. 자녀의 `인성 부재`가 문제다. 집안 망신을 두려워한 돈 있는 부모들이 월 100만원이 넘는 유치원에 아들딸을 맡기면서 인성 교육을 당부한다고 한다. 부자 동네에선 서비스 강사까지 초빙, `매너 과외`까지 시킨다는 데 `잘하는 짓`이다.

“나는 우리 아이 인맥을 위해 좋은 유치원을 보낸다. 어려서부터 비슷한 환경의 친구와 사귀면서 그들의 생각, 행동, 습관을 배우도록 만들겠다. 부자들의 교양까지도 배우게 될 것이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 유치원 앞에는 원서 접수를 앞두고 새벽부터 부모들이 줄을 선다. 줄을 대신 서 주는 아르바이트도 있다. 그들은 말한다. “지식과 도덕을 겸비한 품성을 부자들에게 배워야 한다.” 자녀 품성이 부자들과 어울리면서 곁눈질로 터득될 수 있다니. 그걸 비법이라고 해야 하나 기술이라고 해야 하나.

어머니는 나와 형제자매를 예의 바른 아이로 기르고 싶었다. “서울대를 나와도 상놈이 있다” “많이 배워서 든 사람이 되고 돈 많이 벌어서 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덕을 쌓고 품위를 갖춘 된 사람이 돼야 한다.” 친정어머니 말씀은 내 귀에 생생하다.

지리산 청학동으로 둘째 아이를 일주일 동안 `인성 연수`를 보냈다. 말이 인성 교육이지 자연 속에서 실컷 놀다 온 아이는 딱 하루 배꼽인사와 더불어 식전, 취침 전후 예절을 배운 대로 써 먹었다. 그뿐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인성 연수`는 사진 한 장의 추억일 뿐이다. 일주일 인성 교육으로 아이가 변한다고? 고백하면 일주일 동안 아이에게서 해방되는 자유에 미혹돼 `청학동 열기`에 편승한 것이다.

예의 바른 아이로 자녀를 기르고 싶은 부자 부모들이여,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인성 교육을 구걸하지 마라. 그 대신 아이들 입에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달고 살도록 가르치면 된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아는 자녀라면 `안하무인`이나 `경거망동`은 삼갈 것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싹수없는 멘트를 남긴 여자로 각인된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저 불행한 왕비였다. 자라나길 풍요의 바다에서 자란 금수저족이 외부 학습을 통해 보편화된 합리 사고를, 남을 배려하는 인성을 배울 수 없다.

풍족함을 절제하지 않고 결핍에 노출되지 않은 삶이 다른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환경 시스템에서 서민의 합리와 보편성을 공유하자는 건 무리인지 모른다. 만석꾼 집안에서도 훌륭한 인성의 자녀가 나온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부모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여전히 청학동 서당과 예절학교는 수강생으로 넘친다. 일주일 배움이 무용지물이란 소리가 아니다. 아이들이 배운 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부모 역시 예절 시스템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배운다. 예절 교육조차 사교육으로 해결하려는 부모가 생길까 걱정이 앞선다.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