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4차 산업혁명에 통신업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리더스포럼]4차 산업혁명에 통신업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모든 부문으로 확산되고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은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ICT와 서비스를 선도하는 ICT 강국인 만큼 4차 산업혁명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선점을 위해서는 여기에서 안주하지 말고 기존의 네트워크 성능과 속도를 넘어 초저 지연, 초고속 연결이 가능한 더욱 강력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통신업계는 좀 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차세대 네트워크는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 중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대통령 선거가 바로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대선 국면으로 본격 접어들게 되면 인기에 영합한 달콤한 선거 공약이 판을 치게 된다. 요즘 경제도 어렵고 생활이 팍팍하다 보니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공약이 나오는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이 남발하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6000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개인별 몇 천원의 요금 인하는 개개인의 살림살이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통신사에는 치명타다. 수조원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통신 인프라 고도화와 투자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차세대 통신 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으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ICT 생태계는 물론 모든 산업 전반이 활력을 잃고 그 기반도 붕괴하게 된다. 일자리는 더 줄고 나라의 앞날은 어두워진다. 글로벌 ICT 경쟁에서 우리나라는 완전히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역순환 구조에 빠지게 되면 피할 수 없는 구도다. 이러한 극단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통신 서비스는 더 이상 단순한 음성 통화나 문자 송수신 수단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국민의 일상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일상 업무 처리는 물론 영화 티켓을 예매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며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 활용 범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또 세계 최고의 통신 서비스와 인프라 속에서 수많은 업체가 성장하고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국경도 산업 간 경계도 없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통신업계가 요금 이슈에 또다시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통신 서비스에 대한 잘못 알려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통신 서비스의 가치와 중요성을 적극 알려야 한다.

먼저 통계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변화하는 통신 소비 패턴과 4차 산업혁명,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포괄하는 가계통신비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최근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통신문화서비스비용`을 도입하고 스마트 기기 비용을 별도로 분류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다. 데이터 소비를 통해 국민이 느끼는 가치와 실제 지불 요금 수준을 정확히 구분하고, 수익 주체별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구시대 방식의 가계통신비 통계 기준을 현실화, 가계통신비를 좀 더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통신 인프라 투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장기로 볼 때 국민 복지 향상과 이용자 혜택에도 도움이 된다. 통신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 이번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가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으면 한다.

그 대신 통신사는 과감한 투자로 ICT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관련 기업 및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임주환 한국IT리더스포럼 부회장·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yim@kic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