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견제와 균형 사이

[데스크라인]견제와 균형 사이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은 이달 초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신선한 판결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 조치 후 일부 이민자들의 비행기 탑승이 허용됐다. 백악관은 새로운 행정명령 마련에 착수했다. 골자는 기존 7개국 국민의 입국 금지는 유지하되 영주권 소유자의 입국은 허용하는 방향이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서로 법리공방을 벌이면서 해법을 찾는 그림이다. 절차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단면이다.

우리에게 이 같은 광경은 낯설기만 하다. 현대사에서 대통령은 사실상 절대 권력과 동일시됐다. 이 때문에 동일한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전개될 지 자못 궁금하다. 최고 통치권자와 맞장을 뜨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청와대의 뜻과 다른 좌표를 선택하기 어렵다. 물론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권력은 정당하다. 문제는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간 삼권 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권력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부의 집중화 역시 우리 경제의 건강성을 해친다. 이 때문에 새로운 한국을 위한 개혁은 사회 평형수를 채워 나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한국식 민주주의 꽃을 피워야 한다. 평형수는 경제 민주화, 사법 개혁, 개헌 등 우리 사회 현안에 적용시킬 수 있다. 최우선 잣대는 다름 아닌 부와 권력의 독점 해소다. 각 주체가 밸런스를 유지해야 적절한 긴장감 속에서 국가와 사회가 발전한다. 누군가는 알지만 실천은 어려운가 보다.

`경제 민주화`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러나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은 권력의 민주화가 아닐까. 권력 독점 시스템에 메스가 가해져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처럼, 복수의 경쟁 체제 도입을 생각할 시점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등이 대표 사례다.

대선을 맞아 공정거래위원회 권한인 전속고발권의 폐지 여부도 이슈로 떠올랐다. 약방의 감초처럼 또 등장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조치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일각에서 대기업 봐 주기를 위한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일부 대선 후보는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검찰의 기소 독점과 검경 수사권 조정도 마찬가지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거머쥔 검찰의 권한 집중 분산은 차기 정부에서 논의돼야 한다. 중이 제 머리를 제대로 깎을 수 있겠는가. 검찰 개혁의 제1 원칙은 권한 집중 해소다. 견제 시스템은 정비돼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은 물론 검찰 연루 사건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검찰과 경찰은 우리 사법 체계의 양대 축이다. 분할해서 상호 견제해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평형수 없는 여객선이 어떤 재앙을 가져다주었는가. 사회 평형수 부재가 어떤 재앙을 초래했는지 우리는 경험했다. 이 시점에서 19세기 영국 역사가 존 액턴 경이 남긴 말을 되새겨 본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견제와 균형이 적절한 사회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차기 대선에서는 권력의 민주화가 화두가 됐으면 한다.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