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9>꼰대 기질, 어른 기질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lt;9&gt;꼰대 기질, 어른 기질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 `꼰대 기질 테스트`란 게 떴다. 호기심에 열어 봤다.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묻고, 자기보다 어리면 반말한다` `내가 너만 했을 때라는 소리를 자주 한다` `인생 선배로서 연애사, 인생사 등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등 총 10개 질문이었다. 0~1점이면 어른, 2~4점이면 꼰대 싹이 틈, 5~7점이면 꼰대 경보주의, 8~10점이면 훌륭한 꼰대란다.

내게도 꼰대 기질이 `싹 트고` 있었다. `내가 너만 했을 때란 이야기를 자주 한다` `노래방에서는 젊은 후배가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문항에서 걸렸다.

`내가 너만 했을 때`는 세상이 무척 변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위장하지만 실은 `까불지 말고 알아서 기어`를 외치고 싶은 내 속내의 다름 아니다.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어른이 띄우는 건 체통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실은 움직이기 싫어서이고, 젊은 너희 앞에서 내 스타일 구기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일 테지.

광고 하나가 눈길을 끈다.

상사는 퇴근하라 해 놓고 후배가 상사에게 “퇴근해서 뭐 하실 거냐”고 묻자 자신은 “남아서 일을 하겠다”고 한다. 웬만한 밉상이 아니다. 상업광고나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 같은 상황이 자주 나오는 걸 보니 꼰대는 `타도 대상`이 분명하다.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란 의미, 선생님을 비유한 단어이기도 하다. 늙은이와 선생님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잔소리`와 `권위`다. 잔소리와 권위를 내세우는 순간 아무리 학식이 높거나 미모와 풍모를 갖췄어도 꼰대가 된다.

꼰대도 변명을 좀 하자. `상명하복` 시스템에서 사력을 다해 살아온 꼰대들은 할 말이 많다. 꼰대는 유교식 예절 학습과 먹고살기 위한 생존이 만들어 낸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유교 사상에서 도덕을 규정한 삼강오륜은 예절, 의리, 질서, 믿음 등을 강조한다. 핵심은 위아래 관계를 설정하는 내용이다. 의리를 지키는 관계, 믿음이 있는 관계, 질서가 존재하는 관계, 친함과 유별함이 있어야 하는 관계를 설명한다. 관계를 유지하고 존속시키는 프레임은 `순종`이다.

아버지의 경제 활동은 가족 부양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상사에게, 가정에서는 그들의 아버지에게 순종하고 복종해야 했다. 그래야 월급봉투를 받았고, 논밭이라도 물려받았다.

꼰대가 살던 때는 권위가 있어야 조직이 돌아가던 시절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서슬 퍼런 긴급조치와 계엄 시대에 “So, what?”이라고 대들면 호되게 당했다. 그런 우리에게 꼰대라니.

세상이 바뀌었다. `철밥통`으로 여겨져 온 대학 교수도 학생의 강의평가 칼날에 식은땀을 흘린다. 회사에서도 후배, 부하 직원으로부터 수시로 평가를 받는다.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상사의 `꼰대성`을 평가한다.

꼰대도 상생하려면 `잔소리`와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젊은이들은 잔소리로 표현하는 `꼰대`가 아니라 `괜찮은` 어른을 필요로 한다. 나이 많은 게 덕(德)이 되고 경험이 지혜(知慧)가 되어 그들을 이끌어 주는 어른 말이다.

인간의 몸과 뇌가 완전히 성장한 성인(成人)이 되는 시점을 여자 24세, 남자 27세라고 한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 어른이 되느냐 마느냐는 시간이 아니라 그릇 문제다. 잔소리와 권위를 버리면 어른이 된다.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