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모르셨죠, 뇌도 임플란트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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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출처: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뇌 임플란트를 받은 사람의 타이핑 속도가 기존보다 4배나 빨라졌다. 뇌 임플란트 기술은 뇌에 미세 전극을 이식, 뇌 속에서 발생하는 생체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해석하는 기술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한 종류다. 기술이 발전되면 루게릭병 등으로 신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이라이프 저널에 뇌 임플란트로 분당 8개의 글자를 타이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최초의 뇌 임플란트 시험에서 환자가 단어당 30초 걸리던 연구보다 4배나 빨라진 속도다.

시험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은 척추 손상으로 마비가 된 64세 환자였다. 그는 분당 8개의 글자를 다소 빠른 속도로 타이핑했다. 그는 `날쌘 갈색 여우는 게으른 개를 뛰어넘는다(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라는 문구를 복사하고 타이핑했다. 이 문구는 알파벳 26자가 모두 포함돼 있어 타자기, 컴퓨터, 자판 등을 테스트할 때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제이미 헨더슨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외과의사는 “스마트폰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문자 자동완성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해서 사용자 경험(UI)을 개선하면 타이핑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출처: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연구팀은 일명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근 위축성 측삭경화증(ALS)`에 걸려 뇌 임플란트를 받은 또 다른 환자에게 `그랜드캐니언 여행을 갔을 때 무엇이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했다. 그는 생각만으로 자유롭게 타이핑을 치며 “나는 아름다움을 즐겼다”고 답했다.

뇌 임플란트 시술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닉 램지 의대 교수팀은 루게릭병에 걸린 `하네케 드 브라우너`를 대상으로 뇌 임플란트 수술을 했고, 컴퓨터에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램지 교수는 2015년 10월 환자의 두개골을 열고 뇌의 운동피질 영역에 작은 전극을 이식한 후 환자 가슴에 이식한 무선 송신기를 이 전극과 연결했다. 송신기는 외부 PC와 연결됐다. 뇌에서 발생한 미세한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보낼 수 있는 구조다.

환자가 선택하려는 글자를 떠올리면 뇌에서 그에 반응하는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컴퓨터는 그 신호를 읽어 들여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 운동피질에 전극을 연결했다고 바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뇌에서 발생하는 어떤 신호가 특정 움직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는 긴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고, 실제 자신의 뇌파로 컴퓨터 화면에 글자를 입력하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최초로 성공한 드 브라우너는 이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하는데 197일이 걸렸고, 알파벳 한 글자를 표현하는 데에도 30초가 소요됐다.

그동안 루게릭병을 비롯한 사지 마비 환자는 눈을 깜빡이거나 눈의 움직임을 읽는 `아이트래커`로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아이트래커는 사용 때 적절한 조명이 필요해서 실외나 자연에서는 사용에 불편함이 많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뇌 임플란트 수술이다.

과학계는 뇌 임플란트는 루게릭병이나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 등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스템 적응에 수개월 이상 훈련이 필요하지만 한 글자를 표현하는데 드는 시간이 빨라지는 등 다양한 사례 연구와 추가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뇌에 더 많은 전극을 이용하면 더 빠르고 정교한 뇌 임플란트를 만들 수 있고, 신호 해석의 정밀도도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취리히공대 연구진이 척수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를 다시 걸을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무선 송수신으로 뇌의 전기 신호를 직접 다리 근육으로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인간의 뇌 신호 해독은 훨씬 복잡한 문제지만 마비질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미국 듀크대 의대는 원숭이 뇌파로 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성공하기도 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BCI 시장과 몸 속에 사용하는 신경보철물 시장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에는 각각 14억6000만달러, 4억6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시장은 2014~2020년 연평균 성장률이 11.5%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기술이 루게릭병 같은 사지 마비 질환 등의 치료와 장애 극복에 쓰이고 있다. 기술이 더 발전돼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면 인간 능력을 초월하는 `슈퍼 인간`이 언젠가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