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제발, 실물 경제를 보자

정치·경제 상황이 안팎으로 불안하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탄핵 정국은 외교와 정책 기능을 마비시켰다.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 여럿이 수사를 받거나 수사선상에 놓여 있다. 경제 핵심 주체인 기업은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어렵다.

대외 여건은 더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뚜렷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진다. 미국은 삼성, LG 같은 대기업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인다. 피터 나바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위원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불공정 행위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현지 공장 건립 등 무역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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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연일 우리 기업을 때린다.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를 받았다. 국내로 향하던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혐한' 분위기는 확대일로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11억92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벌금을 부과했다. ZTE가 이란과 북한의 제재를 위반했다는 게 골자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맞대응에 나선다면 국제 정세는 한 차례 더 요동칠 것이다. 우리가 직접 대응할 수위를 넘는다.

온통 불확실하다. 대통령 부재 상태에서 국회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탄핵과 대선 끝장 다툼으로 국민과 경제를 외면했다.

정책을 담당할 정부 부처도 혼란스럽다. 경제를 담당할 부처도 롯데 사태에 속수 무책이다. 주요 경제 부처도 기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채 상황 모니터링에 급급하다. 기업은 특검과 검찰 소환에 좌불안석이다. 정치, 정책, 경제 모든 곳에서 국가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 탄핵 이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공포는 극대화된다.

탄핵 확정 여부를 떠나 이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정치 대가'들은 '표심'을 고려, 포퓰리즘 정책을 마구 쏟아낸다. 후보마다 정책 경쟁을 하다 보니 국론이 산산조각 난다.

답답한 쪽은 기업이다.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 상태다.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지만 큰 투자 결정이나 인사 및 조직 개편 판단은 어렵다. SK, 롯데, CJ 등 대기업들도 검찰의 수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 관계인 중소기업 대부분도 경영 계획 전반에 혼선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10일 대통령 탄핵이 최종 결정된다. 탄핵 결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후속 조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흩어진 국론을 모으고 대외 불확실성 대응에 비중을 높여야 한다.

[데스크라인]제발, 실물 경제를 보자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당분간 정치 혼란, 국론 분열은 불가피하다. 경제보다 정치 이슈만 부각된다면 최악이다. 판결에 따라 각 계층이 분열하는 후폭풍의 혼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선 정치권이 결정에 승복하고 국론을 모으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나라 밖에서 불안한 신호가 계속 들려온다. 최소한 내부라도 결집해야 파고를 넘을 수 있다. 탄핵 결정을 분열이 아닌 위기 대응의 시발점으로 삼기 위한 노력과 합의가 필요하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