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이 세계화 운운할 자격 있나

글로벌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가운데 23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보아오포럼' 2017년 연차총회가 사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아시아의 관점'이란 주제로 열리는 행사에는 세계 정·재계, 학계 지도급 인사 2000여명이 참석, 아시아 경제의 미래를 논의한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열린 것이어서 관심이 더 뜨겁다. 보아오포럼 사무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반 세계화 기류 속에 세계화 시비를 명확히 하고, 포용성 있는 새로운 세계화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보호에 혈안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아시아에서 벌어질 새로운 무역 질서를 논의함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재계 대표 인사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보아오포럼 이사로 선임, 4년 연속 포럼에 참석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인사와 돈독한 관계를 다졌다. 이런 노력이 올해는 이어지지 못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보아오포럼에 참석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지만 출국 금지로 무산됐다. 총수 일가는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상무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한·중 정치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경색된 가운데 이를 완화시킬 민간 경제 외교마저 차질을 빚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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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우리나라에 취하는 행태를 보면 '포용' '세계화' 운운하는 중국이 가당치 않은 게 사실이다.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고위 당국자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어떻게 세계화에 대응할지 논의하는 것이 이번 포럼의 핵심”이라고 했다.

경제와 안보, 정치를 분리해야 함에도 중국은 사드 배치를 트집 삼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다방면으로 압박했다. 중국 정부 지시에 따른 영업 정지와 자체 휴점으로 중국 롯데마트는 90%에 이르는 점포가 문을 닫았다. 유통업이 주류인 롯데로서는 중국 사업이 사실상 마비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중국이 세계화 운운을 할 자격이 있나. 먼저 세계화에 역행하는 차별적 경제 정책을 철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