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싱귤래리티는 언제 올 것인가

[미래포럼]싱귤래리티는 언제 올 것인가

근래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 얘기가 자주 들린다. 인류의 기술 발전 방향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인조인간을 만드는 종합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의 지적 물체가 개발되는 시점을 싱귤래리티(특이점)라고 한다. 이 용어는 물리학에서 블랙홀의 중심으로, 부피는 최소가 되고 질량은 최대가 되는 시간과 공간도 혼돈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때가 오면 영화 '바이센티니얼 맨'처럼 인류는 인조인간을 인간보다 고귀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이러한 때가 올 것인가. 싱귤래리티 체크포인트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첫째로 지식의 기초인 언어가 통일되는 시대다. 바벨탑 신화에 따르면 대홍수 이후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높은 탑을 쌓았다고 한다. 교만한 인간에 대한 신의 대응은 언어를 나눈 것이었다. 현재 지구에는 6700여종의 언어가 있으며, 인류는 흩어진 언어를 기술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인공신경망, 딥러닝 등 기술을 발전시켜서 음성 인식, 자동 번역, 음성 합성이 이뤄진다면 어학 공부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현재 약 80% 온 것 같다.

둘째로 일반화 문제를 풀 수 있는 강한 AI 개발이다. 컴퓨터는 인간을 모델화해서 데이터·정보·지식 처리 단계로 발전했고, 이제 지혜 처리 단계에 와 있다. AI와 인간 대결은 1989년 IBM의 딥소트(Deep Thought)가 인간에게 체스를 졌지만 1997년 딥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겼고, 최근 구글의 알파고가 딥러닝 기술로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겼다. 2014년에 영국의 유진 구츠만이란 컴퓨터가 13세 소년처럼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선전했지만 아직까지 종합적 사고 능력의 AI는 개발되지 못했다.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싱귤래리티의 도래 시점을 2045년이라고 예언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앞으로 30년 이내에 싱귤래리티가 올 것으로 믿고 있다.

셋째로 창세기 6장 3절에 적혀 있는 인간의 수명 한계 120년을 의학 기술로 넘는 순간이다. 신이 수명 120년짜리 노화 시계를 DNA에 각인했다는 것이다. 현재 유전공학 발전과 3D 프린팅 기술 및 인공장기 연구를 비롯해 RNA, 염증 메커니즘, 조직 재생, 텔로미어 등 노화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학자들은 이르면 15년, 안 돼도 80년 후에 120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넷째로 물리학 측면에서는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싱귤래리티에 근접하거나 시공간의 비밀과 우주 신비를 최초로 풀었을 때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등을 통해 궁극 입자의 성질, 암흑물질 등 우주 탄생의 비밀이 연구되고 있다. 기존보다 7배 큰 미래형원형충돌기(FCC)가 2035~2040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다섯째로 우주의 또 다른 지적 생명체를 찾아내거나 그동안 숨겨 온 존재가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허블, 가이아, 케플러 망원경, 제임스 웹 등 천체 관측 기술을 통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리 은하수에만 지구를 닮은 행성이 20억개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섯째로 체세포를 통해 인간 복제가 가능해지는 시점이다. 이성 간 성적 교류 없이 남자 홀로 다음 세대를 생성하고 번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 인간 복제 뉴스는 없지만 1997년 복제양 '돌리' 이후 줄기세포 연구가 한창이다.

싱귤래리티에 대해 혹자는 발생할 수 없다고 확언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지금처럼 기술 진보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그날이 올 것이다. 싱귤래리티는 인류가 갇혀 있던 알을 깨는 순간일 수도 있거나 묵시록의 나팔이 불릴 때다. 앞에서 언급한 체크리스트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길 바란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ggl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