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장미대선 관전법

[데스크라인]장미대선 관전법

장미대선이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여론조사 지지율도 출렁인다. 지금까지는 야당 후보들이 유력해 보인다. 양궁 여자국가대표 선발전 양상이다. 태극마크만 달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형국이다. '한풀이' 대선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지지율로 나타난다. 세월호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현 정부에 대한 분노 역시 여론조사에 반영된다. 응어리진 가슴의 한을 잘 풀어 줄 수 있을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됐다.

지금까지 선거 흐름은 진보와 보수 스펙트럼 대결이 아니다. 이념 프레임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다. 선거 직전에 합종연횡이 이어질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양자 대결 구도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처럼 '샤이 보수층'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동표를 뜻하는 '샤이 중도층' 역시 조용히 5월 9일을 기다릴지 모른다.

투표 당일 모습을 드러내는 숨은 표는 무엇을 말하는가. 베일에 가려진 숨은 표의 많고 적음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침묵의 나선 이론'을 주장한 독일 여성 커뮤니케이션학자인 엘리사베스 노엘레노이만은 이를 고립의 두려움으로 설명한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까.' 심지어 적으로 볼 것이라는 불안감도 깔려 있다.

어떤 사회나 조직에는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 강경론자와 온건적 주장을 펼치는 진영이 맞선다. 일반적으로 결론은 강한 목소리로 귀결된다. 군중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은 개별 의견이 있다. 그러나 소수 의견은 내지 않는다. 입을 닫는다. 소외되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선거가 끝난 후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당선자에 투표했다고 응답하는 결과나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사회적 왕따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이외에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 이면에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깔려 있다. 소통이 잘되고 신뢰에 기반을 둔 사회였다면 예측과 결과의 편차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난해 4·13 총선거가 그랬다.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갔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사실상 완패했다. 공천 파동과 옥쇄 파동이 일면서 부동표가 야당으로 쏠렸다. 예상 밖 결과였다. 야당 지지자들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침묵하거나 진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압승이 예상되던 제1 여당은 참패했다. 침묵하던 국민은 투표로 정부와 제1 여당을 심판했다.

1997년 이후 한국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성이 나타난다. 유쾌하지 못한 패턴이 반복된다. 예컨대 집권당 지지자들은 4년 동안 주장과 목소리를 높인다. 야당 지지층 목소리는 소수 의견으로 반영되기 십상이다.

소수 의견은 집권 말기 또는 선거가 열리는 5년 차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번에도 그랬다. 지난 9년 동안 침묵하던 야권 성향 지지층은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실제로 봇물이 터졌다. 패러디 홍수 시대다.

5월 9일 투표가 마감되면 샤이 보수층과 샤이 중도층의 실체가 드러난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나라가 건강하다.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