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초저출산 시대, 유연근무제 도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고]초저출산 시대, 유연근무제 도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전체 인구 가운데 73% 정도의 출산 가능 인구가 2040년엔 56%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는 2만7200명으로 전년 대비 14.7% 감소, 월별 기준 역대 최저치다. 이처럼 고령화로 인한 출산 연령 수는 줄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 정부도 출산에 따른 보육비, 육아비, 출산장려금, 난임 부부 지원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등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것을 보면 정부 대책은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 정부의 경제적 지원 대책도 필요하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 직장 문화 개선 등 사회 구조 전반을 바꾸려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필자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이 긴 근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사무실에 남아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야근 관행'이 아직까지도 기업 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야근 문화는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방해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도도 낮추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와 저출산 위기를 먼저 경험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 정부는 장시간 근로를 저출산 원인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직을 신설하고, 50년 뒤에도 인구 1억명을 지켜서 경제 활력을 유지한다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핵심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다. 장시간 노동이 업무 생산성 저하는 물론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근로자의 초과 근무 규제와 기업 내 유연근무제 도입을 적극 장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근무 환경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일본처럼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근무 환경의 유연화에서 찾아야 한다. 근로 시간, 근무 형태 유연화는 일과 삶을 조화롭게 해서 출산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모바일의 활용'은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 저장소를 사용하면 PC나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 자료를 저장해 공유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등 기업과 근로자가 시간과 장소 제약에서 벗어나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자사가 몸담고 있는 한국후지제록스는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한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클라우드 서비스 허브'는 복합기·PC·모바일 등을 통해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셰어포인트 등 7개의 공용 클라우드 시스템에 동시에 접속해서 문서 검색과 출력이 가능하다. 재택근무나 시간제근무로 인해 담당자가 사무실 안에 없다 하더라도 업무에 필요한 사진이나 문서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 클라우드와 팩스를 연계한 '클라우드 팩스'를 사용하면 모바일 기기와 태블릿PC 등으로 당장 처리해야 할 팩스 문서를 확인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외근이나 출장 중에도 마치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회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기업 문화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장시간 근로라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기업의 적극적 협조 속에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자리 잡게 된다면 기업은 '업무 생산성 향상'과 '이직률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고,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재택근무, 시간제 근무, 시차출퇴근 등 다각도의 업무 유연화를 검토해야 할 때다.

송거영 한국후지제록스 경영지원실장 keoyoung.song@kor.fujixero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