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불화살을 기대하며

[데스크라인]불화살을 기대하며

격세지감이다. 일본이 한순간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잃어 버린 20년'은 과거다. 아베노믹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집권 2기 들어와 꽃이 만개할 듯하다. 일본 대표 도시 오사카는 해외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엔저 통화정책과 풀뿌리 면세 정책은 관광 대국으로 거듭나게 했다.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청년들이 일터를 취사선택할 정도다. 일자리가 늘었다. 동시에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다. 양적 완화를 포함한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은 과녁을 적중시켰다. 대규모 금융 완화, 과감한 재정 투입, 구조 개혁 프로그램은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아베 신조 총리가 더 예리한 화살을 제작하는 점은 놀랍다. 2단계 고도화 전략이다. 일본 경제에 터보 엔진을 달 채비를 마쳤다. 사상의학처럼 자국의 경제 체질을 꿰뚫고 있다. 네 번째 화살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 심리 회복이다. 저축은 하지만 근검절약하는 소비 패턴에 변화를 주문한다. 정확한 원인 진단으로 시의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특히 접근 방법론이 기발하다. 대기업에 임금 인상을 주문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준다. 비정규직 근로와 계약직 노동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묻어 난다. 파격이다. 소비 촉진을 위한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조금 더 강력한 임금 인상을 희망하고 싶었다”며 일본 대기업 경영진에게 무언의 압박을 했다.

한·일 양국 정부는 4년 전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다. 정책 방향은 유사했다. 그러나 한·일 경제의 현주소는 대조된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 정책과 '엔저' 정책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높였다. 도시바, 파나소닉, 소니, 샤프 등 주요 일본 기업들의 변신도 놀랍다. 한계사업 정리와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우리는 어떤가. 실물경제는 여전히 3차와 4차 산업혁명 사이에서 갈등한다. 구조조정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대마불사론 논란에 빠진 조선 분야가 대표적이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어떤가. 회복 기미가 없다. 시장 상인은 물론 여론풍향계인 택시 기사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손님이 없다는 뜻이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는 쓸 돈이 없게 만들었다. 빚을 갚는 게 우선이다. 부동산 경기 부양 위주의 한국식 양적 완화 정책은 소기의 성과 달성에 한계를 보인다.

역사적으로 정권 교체기에는 우리 경제가 어려웠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단기간에 슬기롭게 극복했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은 엄중한 역사의 한순간에 서 있다. 열흘 뒤 탄생할 대통령은 어깨가 무겁다.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 가운데 첫손가락으로 꼽는 게 경제다. 일자리 만들고, 국민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요 후보들 모두 과감한 재정 정책을 예고한다. 미국 금리 인상 변수로 통화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아 재정 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확한 상황 진단과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정확한 지점에 메스를 가해야 병이 완치될 확률이 높아진다. 막연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지출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우리 경제는 'L자형'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신속한 턴어라운드를 위한 묘수가 필요하다. 과녁에 도달하지 못하는 화살은 더 이상 필요하지가 않다. 게다가 두루뭉술한 뭉뚝한 화살로는 과녁을 정확히 관통할 수도 없다. 차기 정부의 경기 정책은 가시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한다. 답답한 경제 상황을 뻥 뚫어 줄 차기 대통령의 불화살을 기대한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