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公約과 空約 사이

[관망경]公約과 空約 사이

“대통령 선거 캠프나 국회 관계자 누구에게 물어봐도 속 시원하게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업무를 누가 담당하는지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할 뿐입니다.”

최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대선 이튿날 곧바로 대통령 직무가 시작되는 사상 초유의 '장미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각 대선 캠프와 이익 단체에서 흘러나오는 조직 개편 공약(公約)과 주장들은 공무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부처 신설과 각종 위원회 설치 공약 등이 난무한다. 해체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던 부처를 존속시키거나 일부 기능을 다른 부처로 이관시키겠다는 등 돌출 발언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같은 대선 캠프 내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공약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약속이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국회 구도 아래에서 차기 정부 조직 개편안이 순조롭게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중소기업청의 부처 승격만 해도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과 연구개발(R&D), 창업 관련 업무를 어느 선까지 이관시킬지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

이 와중에 우리 안보와 경제를 통째로 뒤흔들 외부 요인은 위험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 또는 종료하겠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설익은 정부 조직 개편 논의는 대선 직후까지 만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컨트롤타워 없이 외풍에 흔들리는 정부를 뿌리까지 흔들어서야 되겠는가.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