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테이블 오르면…5년간 대미 수출 최대 170억달러 감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내민 '청구서'에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종료 가능성 언급에 이어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두고 우려가 커졌다.

한미 FTA 재협상 테이블 오르면…5년간 대미 수출 최대 170억달러 감소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116억4000만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6년 232억달러까지 늘었다. 재협상 0순위로 거론되는 우리나라 승용차 무역흑자는 2011년 83억달러에서 2015년 163억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이 승용차 부문 관세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과 쇠고기 수입 확대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원산지 검증 원활화와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돼 관세율이 새롭게 조정되면 우리나라는 향후 5년간 최대 170억달러(약 19조4000억원) 수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이 관세율 재산정으로 적자 폭을 2012년 이전 수준으로 복귀시킬 때 우리나라 수출 손실이 최대 17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한·미 FTA 체결 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 증가액이 연평균 2억달러 이상인 자동차, 기계, 철강 산업에 한정한 것이다. 재협상 폭이 확대되면 우리 수출 피해가 더 커진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수출 손실이 101억달러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일자리 손실 9만명, 생산유발 손실 28조원, 부가가치유발 손실 7조원 등으로 추정됐다. 기계산업 수출 손실은 55억달러, 철강은 14억달러로 추산됐다.

미국이 관세철폐 기간을 5년간 지연하면 수출 손실액은 6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자동차, 기계, 철강, 정보통신기술(ICT), 석유화학, 가전, 섬유 일곱 개 주요 수출 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 때 일자리는 총 5만4000개가 감소하고 생산유발 손실액은 16조원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워싱턴 씽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에서 특정 시장 접근 양해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시장 원산지 규정이나 배기가스 기준을 비롯해 그동안 FTA에서 제외됐던 쌀과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 국경을 넘어선 데이터 흐름 관련 규제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환율조작을 방지하는 의무조항도 요구할 수 있다.

PIIE는 “한국 새 정부에게는 한·미 FTA 재협상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면서 “미국 측이 자동차와 쌀 시장의 새로운 쿼터와 환경이나 노동, 공기업 관련 규정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협정 재협상 정책이 세계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로 이어지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최대 피해국이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세계무역 웹을 이용한 무역마찰의 영향 평가' 보고서에 미국, 중국, 멕시코와 우리나라 간 상호 무역액이 10% 감소하면 우리나라 대외소득은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10%가 넘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타격이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 무역마찰이 양국 동맹 약화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FTA 개정 수준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다자간 협상을 기본 원칙으로 미국의 협상 요구에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수출 손실의 경제적 효과(2017~2021년 누적)]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미 FTA 재협상 테이블 오르면…5년간 대미 수출 최대 170억달러 감소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