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농촌 태양광,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로

[월요논단]농촌 태양광,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로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

한때 사회 전반에 효(孝)문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보일러 CF 문구다. 이 문구를 빌리면 이제는 부모님 댁에 보일러가 아닌 '태양광 설비'를 놓아 드려야 할 때가 왔다.

최근 널뛰는 농산물 가격과 구제역 파동, 농촌 인구 고령화 등 농촌이 당면한 문제가 심각하다. 농촌의 안정 소득 창출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너지공단은 '농촌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 태양광 사업은 농민들이 참여하는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농가 소득 증대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자는 '일석이조' 사업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설비(4.1GW)의 약 63%가 농촌 지역에 설치돼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 주도로 추진돼 왔다.

농민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기에는 에너지에 대한 정보와 지원제도 또한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에너지공단은 농민을 대상으로 전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농협과 업무 협약을 체결, 농촌 지역 주민이 쉽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먼저 초기 투자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으로,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농촌 태양광 설치 자금에 대해 장기저리 융자를 지원한다. 또 다년간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추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회 등을 통해 태양광발전이 생소한 농민에게 사업 설계, 시공업체 선정 등 정보와 노하우도 제공한다.

농촌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의 가중치를 최대 20% 상향 조정, 농촌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의무사업자들과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농사가 그해 작황에 따라 수익이 들쭉날쭉했다면 장기 공정가격은 매년 고정 수익을 얻는 구조로 농가 소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자세한 지원을 바탕으로 농민 10명이 유휴경작지를 활용해 1㎿ 규모의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면 1인당 연간 약 1000만원의 순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20㎡(약 400평) 규모의 경작을 통해 얻는 연간 수익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농촌 태양광 1호 사업'을 선보였다.

“축산도 하고 사과도 키우는데 경기를 많이 탄다. 태양광 사업으로 안정된 농외소득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농촌 태양광 1호 사업에 참여한 13개 농가 가운데 한 농민의 이야기다. 농민 역시 태양광이 농촌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희망하고 있다.

청주 태양광 사업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000가구에 농촌 태양광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1만가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촌 태양광을 주민 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사업 모델 발굴 및 보급 확대의 벤치마킹 모델로 정립시킨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산업과 산업, 산업과 기술이 융합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농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농민 주도형 태양광 사업이 어려워진 농촌 경제를 회복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것은 물론 우리 생활 구석구석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nhkang@energ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