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경쟁 지나치면 이통사 투자 감소"

KISDI, "경쟁 지나치면 이통사 투자 감소"

이동통신 산업에서 경쟁이 지나치면 투자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실증 연구결과가 나왔다. 규제기관은 경쟁 과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사후규제를 시행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통사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확대 등 적절한 수익성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이동통신사업자의 투자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한국을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이동통신사업자 자료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쟁 수준과 투자 관계는 '역 유(U)자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 U자 가설이란 최고점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정책 효과가 커지다가 이후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만 경쟁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투자를 오히려 줄인다는 것이다.

지출이 너무 커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경쟁을 활성화하면서도 투자 유인이 가능한 '최적의 경쟁 정도'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통사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익성 보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 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실증 연구결과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과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등 국내 통신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단통법이 이통사 경쟁을 제한한다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5G나 4차 산업혁명 투자를 고려하면 지나친 경쟁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나친 마케팅 지출을 자제하는 대신 통신비를 내리고 투자를 늘리자는 차원에서 단통법을 시행했다.

보고서는 “규제 기관은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 경쟁활성화 정책을 펴야 하지만 동시에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사후규제를 해야 한다”면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은 오히려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