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화운동 성공을 코딩문화운동으로 계승하자

[미래포럼] 정보화운동 성공을 코딩문화운동으로 계승하자

이제 대통령 선거 결과 새로 선출된 리더 중심으로 국론을 결집시킬 때다. 새로운 대통령과 집권당은 대한민국을 대내외로 당당하게 대표할 수 있도록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기회에 나날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흐름에 대응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거의 정보화운동 같은 국민 참여 운동도 동시에 추진, 어려운 국정을 슬기롭게 이겨 나갔으면 한다.

구한말 고종이 등극한 1863년에 영국에선 지하철을 개통하고 잠수함을 만들었지만 우리나라는 1974년에 처음 지하철이 개통됐다. 미국에선 1878년 세계 최초로 교환기가 설치됐지만 우리나라는 1981년이 돼서야 자체 개발했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 매매가 가능하던 백색 전화기가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뛰어넘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우리의 1, 2차 산업화는 거의 100년 이상 선진국에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기치를 내세워 정보화운동을 전략 차원에서 1990년대에 추진했다. 그 결과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인프라에 기반을 두고 국민 생활 향상과 경제 성장을 위한 정보화 관련 산업 고도화와 발전을 이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정보화 발전 지수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았고, 유엔이 실시하는 전자정부 평가에서도 2010년 이후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 투명성 등을 평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 데이터 개방 지수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우리나라 정보화의 우수성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1625억달러로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전체 무역 수지 흑자의 80% 가까이 ICT가 기여하는 등 정보화 강국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 국가 차원의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 시대가 저물고 광풍처럼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와중에 지난해 우리나라의 준비 수준이 139개 국가 가운데 25위라고 한다. 싱가포르(2위), 일본(12위), 대만(16위) 등 아시아권에서도 밀리고 있다. 특히 노동 시장의 유연성 부문은 필리핀(82위)보다도 낮다. 비록 새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 강화를 공약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걸친 체질과 인식의 근본 변화가 없이는 거대한 변혁에 올바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국민 공감대 조성과 실천 방안으로 '정보화 운동 성공 경험을 코딩 문화 운동으로 계승 확대시킬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즐겁고 다양한 놀이를 포함한 코딩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 소프트웨어(SW) 의무 교육을 빌미로 부유층 중심의 코딩 사교육 왜곡 현상과 같은 여러 부작용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고령화, 청소년 자살 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정보화 운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그는 “한국 교육은 21세기의 유연한 방식보다 사라져 가는 산업 체제 시스템에 맞도록 짜인 어긋난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어느 곳에서든 홀로 독립해서 혁신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의 본질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반드시 필요한 창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코딩 능력을 적극 배양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코딩을 하다 보면 창의력이 길러지고 사고력이 깊어지는 매우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둘째 반복되는 디버깅 과정에서 인내심을 배우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 능력이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도전 자세도 필요하지만 오히려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더 함양하게 된다.

더욱이 이번 정권은 미래 인재상을 '질문 잘하는 사람, 상상력·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종합해서 갖춘 자'라는 인식은 필자의 견해와 동일하다. SW를 단순히 코딩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력을 기르는 것임을 강조한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이번 기회에 SW를 중심으로 하는 코딩 문화 운동에 경력 단절 여성과 어르신들을 적극 참여시킨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화합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상권 박사/아주대 겸임교수 skchun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