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연구의 방법론 '개방·공감·협력'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인터넷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미래를 생각해보자. 시민의 투표 결과가 선거 결과에 반영되고 영원히 기록된다. 인터넷 투표로 중요 국가 정책에 시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선출직 공무원이 부적합할 경우에는 지금보다 쉽게 주민소환을 실시한다.

정부, 비정부단체,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각 개인이 투명하게 공개된 국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자 활동을 펼친다. 계획, 실행, 검증, 평가로 데이터 국가를 실현한다. 정부 정책 목표만 정해지면, 자동으로 개인별 세분화된 정부 정책이 설계되고 효과를 검증한다.

정책 실시 과정에서도 예측 못한 상황 변화를 실시간 반영해 정책을 변경한다. 정부 정책 목표는 항상 100% 달성되고 부정적 효과는 사라진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과 국가 모델 구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미래 정부 모습이다. 조직 간 칸막이는 사라지고, 공감과 협력이 주요 수단이 된다.

이런 청사진은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 공감과 협력을 우리가 사는 사회에 적용하면 최소한의 자원을 소비해 최대 생산을 이루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당연히 연구기관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 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도 짧은 기간 내에 이뤄내야 한다.

과연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필자는 연구계가 합리적 개방, 공감, 협력을 미래 키워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시대의 귀결이다. 단순한 차별화와 경쟁은 지금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효율 지상주의는 과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을 때 통용하던 낡은 산물이다. 요즘 동료나 후배들에게도 습관적으로 이런 의견을 전한다.

요즘 사회는 남들과 함께 해야 한다. 연구원 내부는 물론이고 국가 기관, 산업체, 국내외 다른 연구기관과 공감, 개방, 협력 없이는 실질적 일을 이뤄내기 힘들어졌다. 단순히 결과만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방법, 과정, 속도에서도 함께하고, 그 전 과정 속에서 경쟁하자는 것이다.

각각 연구기관은 해결해야 될 문제를 잘 정의하기만 하면 된다. 기술과 지식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보편화됐다. 우리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보다는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기다. 우리가 정의한 문제가 곧 세계적으로도 공통되는 문제가 된다.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먼저 혁신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런 협력과 혁신을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 시간이 필요하다. ETRI도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새로운 혁신을 잉태할 축적의 시간을 가졌다.

정부와 연구원의 협력도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정부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국가 고유 역할로 정의해야 한다. 연구계 역시 정부가 보장해 주는 연구 자율성 아래,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교류할 수 있도록 개방적 조직을 구현해야 한다. 연구원 구성원 지위는 보장하고, 과학 기술에 대한 이론, 실험, 실용화가 경계 없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사이언스온고지신]연구의 방법론 '개방·공감·협력'

유태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네트워크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책임연구원 twvoo@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