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내부거래 위법성 검토 착수…4대 그룹, '첫 타깃' 될까 긴장감 팽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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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45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장부'를 조사한다. 위법성 확인이 첫 번째 목적이다. 위장 계열사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4대 그룹은 김상조 호(號) 공정위의 '첫 타깃'이 될까 긴장감이 높다. 일각에선 경영 정상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45개 기업집단 소속 225개 계열사는 공정위가 요구한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최근 제출했다.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는 기업별 상품·용역 거래 현황, 자금·자산 거래 현황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면서 “얼핏 간단한 자료 같지만 지난 5년 동안 이뤄진 내부거래 금액, 기간, 계약 방식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내부거래 점검 계획을 밝히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는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을 빼앗고 총수 일가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줘 공정거래 질서에 끼치는 폐해가 심각하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공정위는 제출 받은 자료를 근거로 위법성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부당한 사업 기회나 과도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중간에서 별다른 역할 없이 이른바 '통행세'를 받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위법성이 발견되면 직권 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기업은 긴장했다. 부당 내부거래 점검이 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의 '첫 작품'이 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강한 재벌 개혁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해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확대 개편한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상위 4대 그룹은 부담이 더 크다. 김 내정자는 “4대 그룹 사안은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내부거래 점검 대상에 삼성 3개, 현대차 12개, SK 3개, LG 2개 계열사가 각각 포함됐다.

공정위는 삼성그룹 위장 계열사 의혹 조사에도 착수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삼성물산에 인수되기 전 위장 계열사였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앞으로 기업집단국으로 확대 개편될 기업집단과가 직접 조사를 맡기 때문에 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신고가 있었다”고만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위장 계열은 총수 고발까지 할 수 있는 대형 사안”이라면서 “4대 그룹이 모두 공정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누가 '첫 타깃'이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공정위의 대기업 감시가 점차 수위를 높여 갈 것으로 전망했다.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기업의 정상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키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 체제로 가면서 공정위가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행보를 취할 공산이 크다”면서 “아직 경영에 직접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기업 활동 전반이 위축될까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