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밴리스(Van less) P2P자금관리 API 나온다

농협 직원이 API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농협 직원이 API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NH농협은행이 국내 최초로 밴(VAN) 거래 플랫폼의 연동 없이 이용 가능한 개인간(P2P) 금융 자금관리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대거 개방했다.

이에 따라 29일부터 국내 200여곳에 이르는 P2P금융사는 별도의 연구개발(R&D) 투자 없이 농협 API를 활용, 금융 당국의 P2P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자금 운용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농협은행이 개발한 자금관리 API는 시중 은행 서비스와 달리 밴 거래를 거치지 않는 구조다. P2P 유관 기업은 트랜젝션 비용만으로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고객의 자금관리 위험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28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국내 최초로 P2P 자금관리 API 서비스를 시작했다. P2P 금융 기업이 고객에게 받은 돈을 빼돌리거나 파산 사태에 대비해 투자금을 은행과 같은 공신력 있는 제3기관에 예치, 자금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29일부터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투자 한도 설정 외에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 자금을 P2P업체 자산과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P2P 금융 기업은 공신력 있는 제3기관에 자금을 예치해야 한다.

시중 은행도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P2P 금융 자산관리 서비스를 속속 선보였다. 그러나 신한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사는 중간에 밴사를 협력사로 지정, 마케팅부터 관리를 맡기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P2P 금융사가 내야 할 수수료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은행 망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연결시키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에 NH농협은행은 P2P 금융사가 서비스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아예 API를 제공하는 모델을 선보였다. 농협은행이 제공하는 자금관리 API는 △투자자 가상계좌 관리 △투자 자금 지급 △원리금 상환 △투자 자금 반환 등 P2P 거래와 관련된 모든 구역별 핵심 기술을 제공한다.

제공되는 API는 여러 기능이 있어 이를 마치 레고 블록처럼 해당 기업이 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 자금 모집 때 이용하는 투자자 가상계좌 관리 API에는 △P2P 투자 자금 관리용 가상계좌 발급 △가상계좌 목록 조회 △가상계좌 거래 내역 조회 △가상계좌 해지 등 세부 기술을 제공한다. 투자 자금 지급 API도 △P2P 차입자 검증 △P2P 입금 확인 목록 조회 △P2P 투자 자금 지급 시기 △지급 결과 조회 등으로 구분해서 조합할 수 있다.

은행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금관리 서비스가 P2P 금융 부문 API를 개방함에 따라 기업이 스스로 개발해 이용하는 플랫폼 혁신 구조로 바뀌었다.

이미 15개 대형 P2P 금융사가 농협은행 API를 활용, 서비스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 시행 이전에 자산관리 PG 업무를 해 온 100여개의 페이게이트 협력 금융사들도 조만간 농협은행 API를 활용할 예정이다.

또 국내 최초의 P2P 금융 API 서비스는 은행이 단순 조회 등 사실상 경쟁력이 떨어지는 API를 제공하는 것에서 탈피, 은행 핵심 서비스의 주도권을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는 '오픈플랫폼 2.0시대' 개막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이창기 NH농협은행 핀테크사업부장은 “그동안 전통 은행이 제공하는 API는 거의 단순 계좌 조회나 송금 API여서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이 API를 가져다 써도 경쟁력이 없었다”면서 “이번 P2P 금융 API 서비스는 사업 주도권을 핀테크 기업이 가져가고 서비스 출시나 일정, 방법 등을 기업이 API를 융합해 정하는 상생형 금융플랫폼 1호”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앞으로 해외 송금, 금융 데이터 분석, 가상화폐 등 다양한 핀테크 분야에 P2P 자금관리 API 성공 사례를 접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 P2P금융 자금관리 API(자료: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P2P금융 자금관리 API(자료:NH농협은행)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