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인물포커스] “산업은 생물처럼 움직인다” 이홍구 투비소프트 대표, ICT 36년 외길 인생

[김영민 전자신문인터넷 편집국장]‘작은 고추가 맵다.’ 이홍구 투비소프트 대표(60)를 보면 자연스레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이 대표는 조그마한 체구에 청양고추처럼 강력한 임팩트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수십년간 IT분야에서 맡은 일마다 성공의 결실을 이뤄냈다. 한글과컴퓨터 대표 시절 매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의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투비소프트로 자리를 옮긴 후 지난 1분기 두자릿수 매출 증가와 함께 영업이익도 작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창출하면서 이홍구 대표는 흔히 ‘영업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꺼풀 더 벗겨보면 그는 전략가다. 이 대표는 산업의 트렌드를 중시한다. 트렌드를 끌고 가느냐 트렌드에 올라 타느냐를 두고 고심하는 스타일이다. 한마디로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해 자신이 담당하는 사업과 연계시키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홍구 투비소프트 대표는 산업의 트렌드를 동물적 감각으로 캐치, 사업에 예리하게 적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확률의 게임'을 즐기는 전략가다. 사진=투비소프트
이홍구 투비소프트 대표는 산업의 트렌드를 동물적 감각으로 캐치, 사업에 예리하게 적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확률의 게임'을 즐기는 전략가다. 사진=투비소프트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홍구 대표는 자신이 맡은 사업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한다. 이 대표는 IT분야에서만 36년간 종사해 온 IT전문 베테랑이다. 수십년간 세월의 흔적이 말해 주듯 그의 경험도 다양하다.

한국IBM의 회로설계 엔지니어로 출발해 구매 엔지니어, 세일즈 마케터, 전문경영인 등으로 변신해 왔다. 그가 몸담은 기업도 IBM, 컴팩, HP, 한글과컴퓨터 등 다양하다. 선진국의 리딩기업과 국내 토종기업을 거치면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에 대한 경험을 폭넓게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그는 산업의 트렌드를 동물적 감각으로 캐치해 자신이 맡은 사업에 예리하게 적용,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그는 이를 ‘확률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이홍구 대표가 한글과컴퓨터에서 투비소프트로 자리를 옮긴 지 10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이 대표는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확률 게임에 몰입해 왔다. 그가 말하는 확률 게임의 실체는 핵심역량이다. 그는 요즘 핫이슈인 ‘4차 산업혁명’이라는 트렌드에 투비소프트의 핵심역량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한 3개 핵심사업 무기로 내세워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실체가 없는 총론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실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이 대표가 투비소프트에서 고심한 끝에 내놓은 핵심역량 카드가 사용자환경(UI)·경험(UX), 간편결제 엔진, 미세먼지 센싱 기술이다. 이 3개 축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투비소프트의 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위해 지난 26일 임시주총을 통해 ‘엔비레즈’라는 관계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투비소프트는 주지하다시피 국내 기업용 UI·UX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하지만 UI·UX엔진만 가지고는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 간편결제와 미세먼지 센싱 기술을 UI·UX와 유효 적절하게 엮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이홍구 대표가 투비소프트에서 일으킨 또다른 변화의 바람은 다이나믹한 기업문화다. 투비소프트는 정적이고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회사였다. 변화 보다 안정을 추구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기업문화를 동적인 회사로 바꾼 장본인이 이 대표다. “지난 10개월간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 설득하면서 공감대 형성에 힘써 왔다”고 그는 말했다.
 
이 대표는 해외진출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에만 진출해 있는데 향후 3년내 태국, 베트남, 독일 등으로 다변화해 전체 매출의 30%를 해외에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가 한국IBM, 한국HP, 한글과컴퓨터 등 이전 회사에서 거둔 성과를 감안하면 해외진출과 매출목표가 단순 계획으로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표의 어릴 적 별명은 ‘독사’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초등학교 때 오래달리기를 하면 끝까지 완주하고, 위인전 50권을 읽어도 내용까지 철저히 파악하면서 완독했다고 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눈썹 부위가 찢어졌다. 찢어진 부위를 동네 약사가 마취도 하지 않고 꿰매는데 울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적 꿈은 자동차 왕 ‘헨리 포드’
 
이홍구 대표는 초등학교 때 세계 위인전을 읽으면서 미국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같은 인물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말과 마차의 시대를 자동차 시대로 바꾼 헨리 포드는 미래변화를 선도하는데 기여한 인물이지요. 참 멋있어 보였어요.”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인물이 되려고 어릴 적 꿈을 키운 그는 IT분야에서 지금까지 성공한 CEO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생활을 PC하드웨어부터 시작한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는 그가 말하는 인생 플랜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일을 그만두면 미국 산호세의 벤처 엔젤리스트처럼 그동안 제가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엔젤리스트나 멘토가 되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용 UI·UX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투비소프트 전경사진.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이홍구 대표를 영입하면서 기업문화가 다이나믹하게 바뀌고 있다.
국내 기업용 UI·UX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투비소프트 전경사진.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이홍구 대표를 영입하면서 기업문화가 다이나믹하게 바뀌고 있다.

 
산업발전과 관련한 정부 역할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산업은 생물처럼 움직인다고 말한다. 기업과 산업은 본능적으로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하나의 정책으로 산업을 끌고 가려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파열음과 볼멘소리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부문이 잘되도록 수요를 창출하고 제도적 지원 등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주주, 직원, 고객의 행복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것이 상장사인 투비소프트에서 재직하고 있는 자신의 경영철학이라는 것이다. 경영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홍구 대표는 1957년 서울 출생. 서울시립합창단 출신의 성악가(소프라노) 부인과 함께 분당에 거주. 어릴적 별명은 독사. 초등학교 시절 자동차 왕 ‘헨리 포드’ 위인전을 읽고 그를 롤모델로 삼음. ICT업계 36년간 근무. 기업의 가치와 이익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스타일. 기업 성공을 위한 ‘확률의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전략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책으로 남기고 싶어함.
 
김영민 기자 y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