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자율주행 전기차 무선충전 국제표준과 우리의 대응

윤우열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윤우열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충전을 위한 플러그는 차데모, DC콤보, AC3상 세 종류가 있지만 서로 호환되지는 않는다. 최근 국가기술표준원이 DC콤보를 단일안으로 하는 표준안을 시행하도록 발표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각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표준이 사용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무선충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자율 주행 전기차에 대한 사회 필요성이 커지면서 무선충전의 적절성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다가오는 전기차의 충전 방식이 무선충전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수년 전부터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의 개발과 국제표준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전기차 무선충전 국제 표준은 미국 WiTricity 기술을 도입한 일본의 토요타, 닛산 그룹과 미국 퀄컴이 독일 자동차제조사와 연합해 세계 대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토요타와 닛산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창업한 'WiTricity'의 원형코일 무선충전 기술을 도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프리우스 프라임에 적용하는 등 글로벌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

무선통신 분야에서 강자인 퀄컴은 다음 세대 수종 사업이 전기차 무선충전 분야라고 판단하고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에서 창업한 '할로(Halo) IPT'의 DD(더블디)코일 무선충전 기술을 도입, 퀄컴할로(Qualcomm Halo)를 설립했다. 퀄컴은 독일 다임러벤츠, 아우디 등 자동차제조사들과 연합해서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은 전기차 무선충전의 국제표준화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7~8년 전부터 미국자동차공학회(SAE) J2954, 국제전기표준(IEC) 61980, 국제표준화기구(ISO) 19363과 같은 전기차 무선충전 국제표준화 단체를 결성하고 상호 호환이 가능한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의 표준을 확립했다. 이를 통해 유선충전 플러그인 타입 표준의 비호환성으로부터 오는 폐해를 극복하고 자율주행차에 접목되는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의 시장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또 시스퍼(CISPR)나 이크넙(ICNIRP)과 같은 전자파 국제표준화 단체를 통해 무선충전으로 인한 전자파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 합의도 도출해 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일본자동차연구소(JARI)를 중심으로 토요타·닛산 등이 범일본 차원에서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 닛산은 프랑스 기업인 르노가 대주주이고 경영진을 맡고 있음에도 토요타와 함께 국제표준화에서 범일본적 분업 협력 체제를 갖추고 있는 점이 인상 깊다.

한국은 온라인 전기차(OLEV) 과제를 통해 대용량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경제성 및 안전성에 대한 국내의 소모성 논쟁으로 시간을 소진했다. 전기차 무선충전 주요 시장이 되는 승용차 무선충전 기술에의 접목 및 국제표준화에도 실기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던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 안주, 다가오는 전기차 무선충전의 기술 개발 및 국제표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는 '선도자(First Mover)'의 특허권으로 이뤄진 국제표준이 주도할 것이다. 현재 국내자동차제조사의 대응 방식은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 지급으로 인한 원가 상승 압력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부를 수 있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국내에서 그린파워 '6.6㎾', 카이스트 '22㎾' 무선충전 기술이 개발돼 승용차 무선충전에 접목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 국제표준 측면에서는 급속충전·대용량 무선충전과의 경계점인 22㎾급은 앞으로 표준 제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용량 무선충전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파악된다.

국제표준화에서 한국의 적극 참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동차제조사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 일본의 경우를 참고,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자동차공학회를 중심으로 하는 콘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연구소·대학과 같은 연구기관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개발된 대용량 무선전력전송에서 사용된 공진주파수의 배타성을 고수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국제표준에서 적용되고 있는 전기차 무선충전 공진주파수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우열 한국과학기술원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 교수 uyoo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