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 美대법 "특허품 재판매는 구매자 권한"..항소법원 결정 뒤집어

미국 연방대법원이 또 한번 특허권자 보호 범위를 좁히는 판결을 내놨다.

'제한요건'과 '지역'에 따라 제품 판매 이후에도 특허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연방항소법원 결정을 대법원이 뒤집었다. 이미 판매된 제품 재판매에는 특허권자가 관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뼈대다. 리셀러 업체에는 호재다.

미국 연방대법원/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방대법원/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판매된 제품은 특허권 소진”

블룸버그 등 외신은 30일(현지시간) 미 대법원이 이미 판매가 완료된 제품에 대해서는 특허권자가 권리를 추가로 행사할 수 없고(8-0), 이러한 원리는 해외에 판매한 제품에도 적용된다(7-1)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당한 경로로 특허품을 구매한 서드파티 업체 등이 제품을 가공해 되파는 행위를 특허권자가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사건은 2010년 시작됐다. 미국 프린터 제조업체 렉스마크는 국내외에 토너 카트리지를 '일반형'과 '할인형'으로 나눠 팔면서 '할인형'은 재가공·재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리셀러 업체 임프레션 등이 이를 무시하고 미국 밖에서 사들인 제품을 재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자 렉스마크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 특허권은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임프레션 등은 이미 판매된 제품 처분은 구매자 몫이어서 특허권자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지난해 항소법원은 임프레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수용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판매가 완료된 제품에는 특허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이론(특허소진론)은 구매자가 재판매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에도 유효하다”면서 “특허소진론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소수 의견을 낸 루즈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는 “해외에 제품을 판매한 경우는 특허권이 소진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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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체 전략 재검토해야”

이번 판결로 시장별로 차별화된 가격정책을 활용하던 업체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바이오·제약업체 등은 광범위한 특허권을 요구하며 렉스마크를 지지해왔다. 의료기기 업체인 메드트로닉은 심장 카테터 같은 제품의 재가공을 허용하면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원제조업체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휴렛팩커드(HP)·캐논 등 저가 프린터 판매 후 교체용 카트리지로 수익을 올리는 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앞으로 현재 수익을 유지하려면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큰데다, 리셀러 업체가 원제조사 로고를 그대로 부착해 제품을 판매하면 브랜드 신뢰 저하로 이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리셀러 업체는 수혜가 예상된다.

케빈 넬슨 미국 특허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단기간에는 렉스마크·HP 제품 가격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들 업체는 새 환경에서 제품 품질과 수익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넬슨 변호사는 “정부 규제가 까다롭고 소비자가 신중하게 선택하는 의료기기에 이번 판결이 미칠 영향은 작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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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