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현실로 다가온 로켓 재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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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발사체(로켓)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기존 로켓은 한번 쏘고 버리는 '일회용'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주 공간에 날아간 로켓이 다시 돌아온다. 되돌아온 로켓은 다시 인공위성 등 적재물을 싣고 날아오른다. '재사용 로켓'의 등장이다.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재사용 로켓은 지난 3월 처음 실현됐다. 주인공은 엘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다. 3월 30일(현지 시간)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재사용 팰컨9 로켓에 통신위성 SES-10을 실어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제프 베저스의 블루 오리진과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던 스페이스X가 승리한 순간이었다.

스페이스X 우주발사체 '팰컨9'
<스페이스X 우주발사체 '팰컨9'>

이날 발사된 팰컨9에는 1년 전 우주에서 돌아온 1단 로켓이 쓰였다. 지난해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 무인화물 수송선 '드래곤'을 실어나른 스페이스X 로켓은 지구로 되돌아왔다.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 이 로켓을 다시 사용하는 데 성공하면서, 로켓 회수에 이은 재사용까지 모두 실현했다. 스페이스X는 이전까지 8차례 로켓 회수에 성공했지만, 재사용은 처음이었다.

엘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재사용 로켓은 비행을 마친 후 비행기를 버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라면서 “우주 비행에서 거대한 혁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사용 로켓은 우주로 가는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기존에는 인공위성을 로켓에 실어 쏘아올리면 운반체인 로켓은 버리는 물건이 됐다. 지구 바다에 가라앉거나 우주 공간에 버려졌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반복되면 우주 쓰레기 문제를 야기한다.

기존 일회용 발사체 가격은 탑재체 무게에 따라 수백억원에 이른다.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면 당장 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우주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인공위성 발사 등 우주 산업에 일대 전기가 마련된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만 해도 한 번 발사에 5000만~6000만달러가 든다. 로켓을 1000회 재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50만달러까지 낮아진다. 누구나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아직은 1단 로켓 회수, 재사용만 실현됐지만 재사용 범위는 향후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주 발사체는 목표 고도에 따라 1~3단 로켓으로 구성된다. 각 로켓은 차례로 연소된 후 버려졌는데, 이번에 1단을 재사용했다.

스페이스X는 올여름 '팰컨 헤비' 발사 때 1단에 이어 2단 로켓 회수도 시도한다. 2단 로켓 회수 후 재발사는 다음 과제다. 엘론 머스크는 또 '24시간 내 재발사'라는 목표까지 세웠다. 로켓을 회수한 뒤 정비하고 다시 발사하는 데 24시간만 쓰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로켓 발사의 비용은 물론 시간까지 대폭 줄인다.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 발사체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 발사체>

제프 베저스의 블루 오리진도 재사용 로켓 기술을 개발한다. 사상 최초의 수직 이착륙 로켓 발사 경험이 있다.

로켓을 재사용하려면 발사 외에 착륙 기술이 필수다. 우주 공간에 나갔던 로켓이 지상에 수직으로 내려와야 한다. 실험 차원의 성공 사례가 있지만 일회용 로켓을 더 싸게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사실상 방치됐다. 2010년대 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저스가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 마침내 상업화에 성공했다.

베저스의 목표는 민간 우주 여행용 로켓이다. 관광객을 태우고 우주 공간을 왕복하는 것은 물론, 달과 지구 사이에서 화물을 운송하는 역할도 맡긴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 발사에 성공하자 우주여행 승객 탑승용 캡슐을 공개했다. 6개 좌석이 둥글게 배치됐고, 높이 1.2m의 대형 창문을 성치했다. 블루오리진은 올해 말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블루오리진이 공개한 우주여행객을 위한 캡슐
<블루오리진이 공개한 우주여행객을 위한 캡슐>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재사용 우주비행체 'XS-1'을 개발한다. 로켓이 아닌 '초음속 우주선'이라는 점에서 원리는 다르지만 목적, 효과가 비슷하다. 인공위성을 실은 소형 로켓을 싣고 날아올라 우주 공간에서 로켓을 쏜다.

우주왕복선 형태의 기체 본체가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일정 궤도에 이르면 기체 위에 실린 로켓을 쏴 인공위성을 내보낸다. 소형 로켓 자체는 일회용이지만 본체는 지구로 귀환한다. 발사 비용이 500만달러에 불과하다. 10일 내 10번 발사하는 성능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