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카드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이해

[월요논단]카드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이해

매출원가란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지불하는 원료비, 기계설비비, 빌린 자본의 이자 따위를 통틀어 하는 말이다.

명망 있는 국내 한 경영학자는 제품의 원가와 가격, 그리고 그 제품의 가치 사이 생존 부등식을 제시하며 기업 생존에 필요한 원칙을 설명했다. 이 원칙은 제품 가치가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높아야 하고, 제품 가격은 원가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성장 과정에서 민간소비를 활성화하고 세원 투명화에 기여한 카드산업 근간인 가맹점수수료는 이런 생존 부등식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카드산업은 1987년 가격차별금지와 카드 거절금지를 포함한 '신용카드업법' 제정과 함께 본격화 됐다. 이후 소득공제제도 도입을 비롯한 정부 카드 활성화 정책과 카드사들의 상품 개발 및 시스템 혁신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소비자들은 카드 한 장으로 자동차부터 생수 한 병까지 살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급결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카드사 지급결제시스템은 단순히 결제대금을 정산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가맹점에는 소비 활성화를 통한 매출액 증대와 외상매출로 인한 위험부담을 없애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카드 이용자에게는 신용공여, 각종 부가서비스뿐만 아니라 소득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거래투명성 제고를 통한 세수확대와 현금발행비용 절감 등 여러 사회적 편익도 제공한다.

카드사 지급결제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가맹점수수료는 필수 비용이다. 그런데 가맹점수수료는 앞서 언급한 카드결제시스템 참여자에게 돌아가는 다양한 후생을 고려한 시장가격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지급결제시장에 IT로 무장한 혁신기업 진출가능성이 높아졌다. 카드업계는 기존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자기변화가 요구된다. 생체인증,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카드사 투자가 절실한 시기다.

국내 여신금융업계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가 목전에 와있다. 다수 회사가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상품과 접목해 핀테크 혁신을 이끌고, 인공지능 전문인력을 충원해 디지털 금융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단계로 점프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대와 별도로 위기감도 떨칠 수 없다. 타 금융업권의 자동차금융 확대로 전통 캐피털업권 시장이 위협받고 있고, 카드 가맹점수수료는 또다시 인하될 기세다.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번 인하는 또 하나의 개별 모래알의 무게가 아니라 기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기술투자 여력이 줄어든 카드사가 핀테크 기업, 특히 해외기업에 지급결제시장 주도권을 내어주게 된다면 중소상공인이 지금 수준의 결제 인프라에 현재 수준의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카드 이용자에게 제공해 온 포인트 적립이나 무이자할부 등 혜택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카드사들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들과 상생을 위해 지속적으로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맹점수수료의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투자가 절실한 시기에 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아쉽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dskim5909@crefia.or.kr